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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의 대학가에 ‘문화의 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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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의 대학가에 ‘문화의 섬’ 등장

입력
1997.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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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거리·신촌에 라이브무대·화랑 등…대학가를 항략적 상업문화로부터 보호하자는 「대학가 회복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문화공간」들이 하나둘씩 다시 대학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대앞 녹두거리의 유명 학사주점 「태백산맥」은 최근 내부단장을 새로 하면서 라이브음악 공연무대를 마련, 학생들로부터 환영을 받고있다. 지난달 27일에 인문대 노래패 「함성」의 시범공연을 한데 이어 오는 24, 25일 개막공연을 갖고 이후에는 정기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심야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라진 녹두거리의 「향기」를 다시 살리기 위한 것』이 무대를 설치한 주점측의 설명이다. 영업전략 목적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은 어쨌든 문화의 활성화에 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와하고 있다.

녹두거리의 변화는 또 있다. 올해초 모카페에서는 학생들의 사진전시회가 열렸고 유명한 서점 「그날이 오면」은 요즘 노천독서대 설치를 추진중이다.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 김문섭(21·언론정보3)씨는 『서울대의 크고 작은 문화모임들이 정식 문화공간이 아닌 상업시설속에서나마 생존공간을 마련하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대표적 대학가이자 유흥가인 신촌 로터리에 국내 최대 화랑이 등장한 것도 전례없는 변화. 학생들은 『향락의 바다 한가운데에 문화의 섬이 생긴 것』이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인터갤러리 아트센터」는 신촌시장에서 신촌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 10층 빌딩에 연건평 570여평 규모로 들어섰다. 인터캘러리 아트센터측은 『미술공간의 불모지인 이곳에 화랑을 연 것이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나 우리의 「모험」이 이 일대에 다양한 문화공간이 들어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연세대앞에 「수익성」이 불투명한 라이브극장 「벗」이 생긴 것이나 연대동문회관 뒤쪽 카페 「빵」에서 부정기적이나마 칼리지 밴드의 공연이 벌어지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변화이다.

이같은 대학가의 변화의 조짐은 각 대학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정화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 5월 김수환 추기경, 서영훈 전 KBS 사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함께 「신촌문화거리 조성 특별위원회」를 구성, 신촌거리 정화에 나서고 있다. 대학생과 교수는 물론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들이 향락과 퇴폐에 찌든 대학가 정화에 대동단결해 나섰다는 점에서 이 특위는 모범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특위는 신촌을 「제2의 대학로」로 지정해줄 것을 관계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학교주변 거리문화의 「체질개선」을 위해 교내에서 열리던 각종 문화행사를 교문밖으로 끌어내기로 했으며 성신여대와 홍익대 총학생회도 「옷가게 거리」 「피카소 거리」 등의 별칭으로 유명한 교문앞을 정화할 계획이다.<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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