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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두 연출가 김아라­테르조폴로스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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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두 연출가 김아라­테르조폴로스 대담

입력
1997.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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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성·제의성은 희랍비극의 맥”/테르조폴로스­절제되고 느린 움직임 그리스미술서 표현양식 구해 고전은 원본 그대로 공연돼야/김아라­돌고 도는 인간의 삶 그 영원한 비극적 본질 퍼포먼스화에 몰두세계연극제 개막작품 「안티고네」(그리스 아티스극단)는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르겠다』는 혹평과 『철저히 계산된 몸놀림으로 비극을 높이 승화시켰다』는 극찬이 엇갈렸다. 이런 컬트적 반응은 어디서 연유할까. 연출자 데오도로스 테르조폴로스와, 19일 「안티고네」를 올리는 김아라(서울시립극단 상임연출가)의 대담을 통해 비극의 무대화에 대해 들어본다.<편집자 주>

김아라=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당신과 제가 「안티고네」를 공연합니다. 생각을 다를지라도 한 곳을 바라보는 동지와의 만남입니다.

테르조폴로스=아시아에서 그리스비극을 다루는 연출자를 만나 반갑습니다. 아티스극단은 85년 아테네에서 창단돼 브레히트 서사극과 그리스비극을 주로 해왔습니다.

김=공연을 보고 절제된 동작과 발성법, 기하학적 동선,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색채 등으로 일본가면극 노(능)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테르조폴로스=일본의 스즈키 타다시와는 수년 전부터 교우해 왔습니다만(그들은 95년 함께 연극올림픽을 창설했다), 저는 그보다 먼저 독일 베를리너앙상블에서 훈련받았습니다. 베를리너앙상블은 브레히트의 방법론을 이어가는 단체고 그는 동양의 영향을 받은 연극인입니다. 또 제 자신이 그리스인입니다. 동양인이죠. 동양문화권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북부 그리스 태생입니다.

김=몸짓이 양식화해 있어 특별한 훈련과 긴장의 미학이 느껴집니다.

테르조폴로스=저는 표현양식을 그리스의 고대미술에서 찾습니다. 델피의 고미술 중 메디아의 그림을 보면 매우 절제되고 느린 움직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스비극의 고대언어는 운율이 있습니다(그는 「딴딴딴 딴다다다」하며 실연해 보였다). 이 운율의 운용에 따라 의미전달이 달라집니다. 배우들은 이것을 호흡으로 표현합니다(그는 공연에서 행해진 짧은 호흡, 깊은 호흡 등의 진행을 보여줬다). 배우들은 단전호흡을 합니다.

김=모든 언어는 음악적 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통적으로 단전호흡을 사용합니다. 오리엔탈리즘의 여러 갈래를 확인하게 되는군요. 희곡은 소포클레스 원전을 그대로 사용하셨죠?

테르조폴로스=그렇습니다. 한마디도 삭제하거나 재구성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전주의자며 교육자입니다. 고전은 원본 그대로 공연돼야 합니다. 그래야 배우나 관객에게 교육이 됩니다. 이제 제가 질문을 하나 하죠. 당신은 어떻게 그리스비극에 접근하게 됐습니까?

김=돌고 도는 인간의 삶, 그 영원한 비극적 본질이 관심사입니다. 이를 제의의 틀로 접근, 정중동의 미학 위에 퍼포먼스화하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테르조폴로스=저와 매우 흡사하군요. 원시성이나 제의성은 희랍비극의 맥입니다. 당신의 「안티고네」는 어떤 연극입니까?

김=3부작 작업의 일환입니다. 음악극의 틀에서 소리실험을 이끈 1, 2부는 다국적 언어와 악기로 신의 출현과 퇴락을 알렸습니다. 3부엔 언어가 등장하고 인간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무대는 쇼 윈도 안입니다. 마네킹이 8개 등장하죠. 이것은 작위적인 미적 허구 속에 놓인 세상을 극단적으로 풍자합니다.

테르조폴로스=공연이 성공적이길 바랍니다.<정리=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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