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감수·정책협조에 총재직 이양 검토김영삼 대통령이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 지원에 탄력을 붙이기 시작했다. 김대통령은 이대표의 사면건의를 반대하고 나서 한때 이대표 지원을 주저한다는 인상을 주었으나 특유의 밀어붙이기 전략으로 여권결속에 나선 것이다. 김대통령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이대표의 국민 지지도는 물론 이대표와 측근들의 상황 인식능력과 정치력 부족 등에 회의를 느껴 「여러가지 방안」을 심사숙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여권에 팽배한 위기의식이 자칫 패배의식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대표 지원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자신이 나서 여권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직접지원과 자신과 정부에 대한 이대표측의 비판을 감수하고 정책협조를 하는 간접지원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우선 8일 신한국당 주요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하며 이대표 지원을 당부할 예정이다. 또 후보교체론이나 내각제 개헌 등의 불가방침을 다시 한번 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특히 당내분열과 관련, 이대표가 『「탈당할테면 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부덕의 소치」』라며 솔직히 사과토록 하고 『포용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도록 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이인제 경기지사를 두 차례 만났고 서석재·김운환 의원 등을 만났듯이 신한국당의 정권재창출에 비협조적인 인사들에 대해 강온전략 구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대대통령들과는 달리 자금과 관권등의 여권 프리미엄이 상당부분 약화된 김대통령 입장에서는 유일한 이대표 지원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이 총재직 이양시기를 당초 예상보다 다소 앞당기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대표 지지도 상승을 위한 극적효과를 나름대로 구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통령은 문민정부가 주요업적으로 내세우는 금융실명제나 말썽많은 경부고속철도 등 경제현안에 대한 이대표의 강도높은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대표의 미국방문 등 외교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북한 김정일이 주석직을 승계할 경우 획기적인 대북제안 등을 통해 이대표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적어도 10월초까지 이대표 지지도 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러나 옛날과 정치환경이 달라진데다 레임덕 현상이 너무 빨리 온 탓인지 마땅한 카드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손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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