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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와 왕세자비의 장례/장인철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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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와 왕세자비의 장례/장인철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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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에 대한 느낌도 고인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 테레사 수녀의 경우가 그렇다. 세계적 관심 속에 치러진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13일까지 계속될 테레사 수녀의 장례는 다이애나의 경우와 달리 깊고 고즈넉한 분위기로 무르익고 있다.6일 끝난 다이애나의 장례는 극적이고 화려했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웨일스 근위병의 자로 잰 듯한 번쩍이는 의전과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우아함, 수백만 추도객의 꽃다발 이미지로 남았다. 장례식은 전세계 48개국 언어로 중계됐으며, 25억명이 직간접으로 「세기의 드라마」를 지켜본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다이애나의 장례식은 마지막까지 그가 그토록 피곤해 했던 운명적 세속성을 벗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다이애나에 대한 숱한 헌사와 눈물에도 불구하고 고인이 무색할 정도로 세상의 관심은 우선 「무대장치」에 모아졌다. 운구차는 몇마리의 말이 끌었나, 영결식장에는 누가 초대됐나, 왕실과 다이애나의 친정인 스펜서가의 갈등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등등.

여기에 다이애나의 남동생인 찰스 스펜서경의 마지막 조사 역시 다이애나의 운명을 팽개친 영국왕실에 대한 노골적 비난이 간간이 튀어나와 정화와 탈속의 장소여야할 영결식장은 추도객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선거유세장 같은 참담한 분위기로 전락했다. 살아서 「사랑을 얻지 못한」다이애나는 죽어서도 애증의 그림자를 벗지 못한 것이다.

이에 반해 이제 막 시작된 테레사 수녀의 장례 풍경은 은은하고 정겹다. 테레사 수녀의 조국인 알바니아에서는 6일 밤 집집마다 촛불을 밝혔다는 외신이다. 전세계인이 마음의 촛불을 밝히고 죽음으로써 영생하게된 의인을 기리는 모습이다. 「사랑의 선교회」측은 이날 장례식은 고인이 생전에 지극한 관심을 쏟았던 모든 소외된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소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애나가 다행히 하늘나라까지 동행하게될 테레사 수녀로부터 안식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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