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되레 뒷걸음/해외이자부담 가중최근들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했으나 동남아 통화가치가 동반 폭락하고 일본 엔화마저 약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원저」를 추월하는 「엔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동남아 주요국의 통화가치 폭락 때문에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원자재 수입 및 해외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7일 수출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907원대로 상승하고 엔화가 약세로 반전, 달러당 120엔대에 진입하면서 수출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달러빚이 많은 대기업들의 환차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원화의 평가절하폭은 일본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각국의 통화 절하폭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원저가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2개월사이에도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1.8%정도 올랐으나 태국 바트화는 28.1%, 엔화는 5.0%나 올랐다. 경쟁국 통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이 원저의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아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신원식 이사는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엔―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라며 『엔―달러 환율이 120엔일때 원―달러 환율이 915원 정도는 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환율 상승은 원자재 수입비용도 늘릴 뿐 아니라 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해외자금을 차입한 기업들은 환율이 계속 올라 앉아서 돈을 까먹고 있는 형편이다.
동원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2월말 결산 상장법인 555개사(은행 제외)의 올 상반기 환차손은 2조900억원이었으나 8월말 현재는 3조원으로 불과 두달만에 9,100억원이 새로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조선 자동차 가전 등 달러화 수출이 많은 기업은 환차익을 내고 있지만 반도체 종합상사 해운업종 등은 수지가 대폭 악화하고 있다. 특히 순외화 부채가 146억달러에 달하는 삼성 현대 LG 등 반도체 3사와 원재료 수입액이 매출의 9.5%에 달하는 시멘트업계는 환율급등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다.
연간 40억달러 규모의 수입대금을 결제하고 있는 유공은 최근 달러를 사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대한항공은 달러값의 급등에 대비, 외화차입구조를 달러 대신 엔으로 바꾸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그동안 일본에서 달러화로 구입하던 물품을 엔화로 바꾸고 기존의 달러표시 채무를 마르크 등 다른 통화로 바꾸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전우종 과장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화학업체들이 대부분 대규모 외화부채를 지고 있어 환율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는데다 엔화마저 약세로 돌아서 수출증대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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