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8명이 ‘품앗이 선생님’/팝콘 세며 수 익히기·요리하기 등 ‘아이들에 관심·개성존중’ 수업서울 강북구 미아2동 겨레사랑주민회 북부지역사무실. 10평남짓 공간에 마련된 「책마을유치원」에는 값비싼 교재나 수입 놀이기구가 없다.
대신 호기심많은 아이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는 엄마교사들의 사랑과 관심,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수업방식이 이곳의 장점이다.
지난 1월 문을 연 이 유치원은 어머니들이 만들고 꾸려가는 「품앗이유치원」. 상오 9시∼하오 2시까지 유치원으로 활용하는 이 공간은 원래 지역도서관 「책읽는 마을」이다. 2년전 이곳에서 실시된 「어린이독서지도」강좌에 참석했던 어머니가운데 8명이 모임을 지속한 것이 모태가 됐다. 연년생 자녀를 포함 6∼7세 자녀 9명이 이 유치원의 원생이다.
엄마들이 문자 수 음악 요리 등 과목을 하나씩 맡아 가르치고 번갈아 점식식사 준비를 한다. 2주일에 한번 교사회의를 해 교육내용과 아이들의 성장을 꼼꼼히 체크한다. 매달 수업료로 내는 11만원은 나머지 수업을 맡고 있는 교사 이미숙씨의 월급과 점심식사비로 충당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책읽는 마을」 대표이기도 한 「이야기엄마」 조현희(33·강북구 미아2동)씨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시간. 「책마을」이란 이름처럼 어린이책만 2,000권에 이를 정도로 서가에 빼곡한 책이 좋은 환경이 돼 준 덕분인지 떠드는 아이들을 조용히시키는데 「동화책읽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속셈학원을 운영하는 「수엄마」 김정희(33·강북구 미아2동)씨는 초코렛과 팝콘을 세면서 숫자를 익히고 빈병에 물을 부으면서 부피에 대해 익히게 한다. 요리시간에는 계란까기, 마늘까기, 콩나물다듬기를 배우고 짜장밥 카레 등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텃밭수업도 있다. 1주일에 한번씩 경기 포천군에 있는 임대밭에 가 농사짓기를 배운다.
조씨는 『엄마의 사랑이 교육의 가장 큰 밑거름이다. 사회성을 중시하는 교육목표덕분인지 어린이간의 협동심과 자기표현이 분명한 것이 이곳 어린이들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 수업중 「내 아이」 「우리 엄마」라는 개인적인 편애를 벗어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히려 빨리 적응하는 쪽은 아이들. 집에서는 응석만 부리던 아이가 수업시간에는 「이야기엄마」라고 부르며 의젓하게 군다는 것. 『엄마들은 수업을 하면서 자기 자녀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고도 한다.
사설유아교육기관이 시설이나 교육내용, 비용이 천차만별이라 요즘 부모가운데는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품앗이유치원」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운영상의 미숙으로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조씨는 『유치원을 만들기 2년전부터 교육에 관해 공부하고 준비를 했다. 유아교육을 받은 교사를 채용, 중심적인 역할을 맡긴 것이 큰 힘이 됐던 것같다』고 설명한다.
『교사와 어린이가 전인적인 관계속에서 교육을 받다가 콩나물교실과 주입식교육을 시키는 초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이기도 한 이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하면 방과후교실의 형태로 모임을 지속할 계획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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