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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에 미안할 뿐”/어느 체임업체 업주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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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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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진성어음조차 은행은 할인외면하고 월 2부 이자에도 사채는 ‘별따기’/“시장원리만 앞세워 중기 내모는 현실에 분통이 터집니다”경기 용인에 공장이 있는 자동차 내장부품 제조업체 C사의 윤모(44) 사장은 요즘 돈을 구하러 정신없이 뛰어 다니고 있다. 거래은행과 사채업자는 물론이고 주변 친지들까지 빠짐없이 찾아 다닌다. 금주말인 월급날 140명의 종업원 임금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월급을 50%밖에 주지 못했고 이달에는 추석까지 들어 있어 상여금은 엄두도 못낼 처지지만 월급만큼은 꼭 주고 싶다. 하지만 1억5,000만원 남짓한 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거래은행에서는 멀쩡한 진성어음조차 할인해 주기를 거부하기 일쑤이고 안면이 있는 사채업자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고작 1,000만원대를 얘기할 뿐이다.

그것도 월 2부 이상의 이자를 요구해 선뜻 받을 수도 없다. 가까운 친인척들이야 이미 집까지 담보로 잡혀 준 상태라 입을 뗄 면목이 없다.

지난해 매출액 140억원의 탄탄한 제조업체였던 C사가 이렇게 월급까지 미룰 지경에 몰린 것은 다름아닌 기아 부품협력업체이기 때문. 기아 사태 이후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어음이 8월 이후치만도 10억원이 넘는다. 윤사장은 『멀쩡한 유가증권 10억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종업원 월급도 못주고 있으니 미칠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자재 조달은 꼬박꼬박 현금으로 해 겨우 공장은 돌려야 한다. 3만개 부품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이 몽땅 서버리는 자동차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자재는 현금으로 사고 결제는 현금화가 어려운 어음으로 받으니 공장을 돌릴 수록 돈은 달리는 묘한 상황이다.

윤사장은 『평소에는 중소기업 지원이다 뭐다 하며 요란을 떨더니 물건값 떼일까 봐 전액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부품 공급 대기업체의 행태에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장원리 운운하며 경제위기를 방치하는 정부의 탁상공론식 대응에도 속이 탄다』고 울분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슴이 아픈 것은 재수생인 아들과 고1 딸아이가 회사 걱정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것을 볼 때다. 『경기 광주에 있는 스파르타식 입시학원에서 먹고 자며 입시공부를 하는 아들이 신문에서 기아사태 소식을 읽고는 그날 새벽 1시에 집에 올라와 「괜찮으냐」며 물어왔어요.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습니다』 대입수능 시험이 코앞이어서 걱정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가닥 희망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종업원들이 사용자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잘 참아 주고 있는 것. 기아사태 직후에는 퇴직금 걱정에 크게 동요하던 종업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감을 찾아 가고 있다.

『사실 업종전환이나 인원감축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게 아닙니다. 한때는 고의부도 유혹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달 벌어 한달을 살아야 하는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종업원들을 봐서라도 끝까지 버텨 볼 작정입니다』<황동일 기자>

◎건자재 생산업체 A사/힘겹게 살린 회사가 또…/부도당일에야 통고/사장 ‘고의부도’ 의혹/힘모아 회사살리자/사장 동생이 법인인감 대가로 매출이익 전액 요구/12월 공장 팔릴 운명

『10개월 전에만 해도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자랑하는 「잘 나가는」 업체였습니다. 부도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부도 당일 임원진의 통고를 받고 밤늦게 채권단이 몰려드는 걸 보고서야 부도를 실감했지요』

경기 Y군에 있는 건자재 생산업체 A사. 이 회사 노동조합 김모(32) 위원장은 『낌새조차 눈치챌 수 없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했다』고 말했다. 1월30일 부도후 드러난 부채만 수백억원대였다. 업주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김위원장은 「고의 부도」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업주는 부도 당일 대형 트럭을 동원해 완제품과 각종 자재를 몽땅 실어 내 갔다. 사후수습 과정에서 업주가 이미 92년에 상표권을 동생에게 넘긴 사실이 밝혀졌다. 동생은 그 상표권으로 이 회사와 비슷한 이름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퇴직금을 포함해 체불임금이 12억6,700만원이나 됐다. 업주가 빚진 돈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였지만 거기에는 170여명 임직원과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었다. 부·차장급 사무직 중간관리자 및 노조 임원들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빠듯한 주머니를 털어 자재를 구입, 공장살리기에 나섰다. 3개 보험사에 들어 두었던 퇴직보험금 확보를 위한 보험사와의 교섭에도 나서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공장은 정상을 회복해 갔다. 현금으로 자재를 구입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제품의 경쟁력이 뛰어나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은 임직원 100여명이 힘을 똘똘 뭉쳤다. 집에서 반찬과 쌀을 가지고 와 밥을 해먹어 가며 일했다. 그 결과 부도 8개월째인 현재 예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월급도 각자 형편에 맞게 나눠 가질 정도가 됐다.

정작 위기는 엉뚱한 곳에서 닥쳐왔다. 보험사와의 지루한 공방 끝에 법인인감만 찍어 오면 퇴직 보험금을 내주겠다는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서류를 들고 대표이사 인감을 가지고 있는 업주의 동생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도장을 찍어 주는 조건으로 그동안의 매출이익금 전액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도장을 받지 못해 퇴직금 확보는 물거품이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거래은행이 매각방침을 세워 경매절차에 들어 갔다. 12월쯤이면 공장은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다행히 직원들은 별반 동요하지 않고 있다. 당장의 생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기근속자가 많은 탓에 그만큼 결속력이 강하다. 『고용승계가 이루어져 정든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것과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 외에 다른 바람은 없습니다. 업주에게는 큰돈이 아닐 지 몰라도 우리 100여가구의 행복과 미래가 달려 있는 돈입니다. 사정이 좀 나아져서 추석에 과일상자라도 들고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업주가 팽개쳐 버린 공장을 힘겹게 지키고 있는 이 회사 100여 임직원의 간절한 소망이다.<황동일 기자> ◎외국인 노동자들 체임에 속수무책

중국인과 조선족 동포 노동자들을 위한 「중국노동자센터」의 상담일지 일련번호는 벌써 1,725번째를 헤아린다. 「김순녀(여): 210만원, 이헌점: 1,050만원, 이성호: 159만 7,500원, 조경현: 344만원, 이주송: 1,435만원…」 돈벌러 바다를 건너 왔다가 임금이 밀려 있거나 아예 떼인 조선족 동포들의 명단이 대부분이다.

헤이룽장(흑룡강)성 무단(목단)시에 아내와 남매를 두고 온 박춘만(45)씨. 「코리안 드림」을 좇아 700만원의 빚을 내 95년 7월 입국했다. 중국에서 했던 운전기사 일도 벌이는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부모님 고향에도 꼭 한번 가보고 싶고 아이들 장래도 준비해야 했다. 몇년만 한국에서 착실히 일해 「큰돈」을 쥐는 대로 고향에 돌아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코리안 드림이 끔찍한 악몽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기 수원의 K용접회사에서 일한 지 보름만에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전치 12주의 중상이었다. 열흘 남짓 병원에 있다가 11일만에 퇴원했다. 퇴원 후 물리치료 한번 변변하게 받아보지 못했다. 더운 물로 상처 부위를 찜질하는 게 고작이었다. 아무런 대책없이 회사 기숙사에 드러누워 있기를 3개월째. 그것도 오래갈 수 없었다. 업주가 일을 해야만 산재보상 처리를 해 주겠다고 해 뼈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리를 절며 다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일을 다시 시작한 달 월급날 그는 8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지 못했다.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박씨가 항의하자 업주는 밀린 임금을 주는 조건으로 「상기 본인은 산재 사고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스스로 서약합니다」는 내용의 각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박씨는 서명을 거부했고 끝내 밀린 임금은 받을 수 없었다.

중국 노동자센터 오천근 소장.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돈을 떼이거나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고도 속수무책입니다. 그들을 대신해 우리가 체불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면 도리어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며 핏대를 올리는 업주가 많습니다.

돈을 떼인 사람들은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가 이땅에서 겪은 수모를 전할 겁니다. 생생한 증언은 그나라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한국의 이미지로 남습니다. 그렇게 굳어진 나쁜 이미지는 대기업의 해외홍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로도 희석하기 어렵습니다. 인도주의적 차원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황동일 기자>

◎체불임금 정부대책은 ‘없다’

해마다 추석이나 설이 다가오면 정부는 체불임금 청산 및 예방 대책을 발표하지만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올해도 다를 바가 없다. 노동부는 최근 「체불임금 청산 및 예방대책」을 내놓고 체불임금 청산 및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으로는 9월1일부터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까지 각 지방노동관청에 특별기동반을 편성하고 근로감독관이 비상근무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동관청에서 임금 지급을 「지도」, 「독려」해도 경영 악화 등으로 지급 능력을 상실한 업체에 갑자기 돈이 생길 리 없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으로 나날이 심각해지는 체불임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그나마 지방노동청에서 사업장을 책임지는 근로감독관 1명이 1년동안 처리하는 임금체불사건만 130여건에 달할 정도로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경영 악화로 임직원 60여명이 3∼6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 건설업체 노동조합 관계자. 『노동관청에서 밀린 임금을 빨리 지급하도록 사용자를 채근한다고 갑자기 어디서 돈이 들어오겠습니까. 임금 체불로 기업을 노동부에 고발하면 오히려 수백만원짜리 고지서가 날아와 기업주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에요. 물론 근로감독관의 보증으로 체불임금 배당요구 신청 등 법적 절차에서 공탁금이 절약되는 등의 득은 있었어요. 하지만 일단 기업이 지불능력을 상실하고 나면 정부의 대책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한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문제는 결국 노사 양자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검찰 등에 체불업주를 송치하는 것 외에 달리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사실 특별기동반도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달래고, 적절한 법적 정보를 제공하는 등 소극적인 대책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털어 놓았다.

체불임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이 충실하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혹 기업이 도산해도 노동자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퇴직금 등 임금채권을 우선 보호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공공기금을 마련해 임금과 퇴직금을 우선 변제토록 하는 임금채권 지급보장제도 등은 아직 국내에는 전무한 실정. 개정노동법에는 노동자의 퇴직금 불안과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 주는 퇴직연금보험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보험회사가 상품화에 소극적이어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김경화 기자>

◎흔들리는 임금 채권/우선변제 위헌판결이후 근로자 법적권리 보장없어

임금 채권이 위기를 맞았다. 89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굳어진 「임금 채권 최우선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같은 위기는 지난달 21일 근로기준법 37조 2항의 「퇴직금 우선 변제」부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비롯했다. 그 이전에도 법의 사각에서 사용자의 「고의 부도」와 도피로 월급과 퇴직금을 떼인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법적 보호망 자체에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니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업 파산시 최종 3월분 임금과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은 다른 채권에 우선해 변제돼야 한다」는 법조항 중 퇴직금 부분이 담보물권제도의 근간을 위협하고 헌법이 금한 「과잉금지」에 해당한다는 것. 따라서 우선 보호해야 할 퇴직금 범위를 법률로 정할 때까지 이 부분의 적용을 중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결정이 기업의 연쇄 도산과 자금난이라는 현실을 배경으로 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퇴직금 우선 변제는 담보가치를 떨어 뜨려 은행 대출을 위축시킨다」는 결정문에서 그런 고려가 엿보인다. 그러나 결정은 결정이다.

결국 우선 변제해야 할 퇴직금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재계와 노동계의 줄다리기가 벌써 팽팽하다. 노동계는 8월분, 즉 8년치를 주장하고 재계는 3년치를 내세우고 있다. 원용해야 할 마땅한 예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양측은 「힘싸움」을 피하기 어렵다.

종업원 30∼50인 규모의 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소기업 지원 특별법」이 퇴직금 우선 변제 범위를 「최소 3년간」으로 정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 특례 조항은 어디까지나 「미숙아」를 위한 「이유식」일 뿐 「성인」에게까지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92년 「사용자 파산시 근로자 채권 보호에 관한 협약」이 「파산전 3개월분 임금과 유급휴일수당, 퇴직수당의 우선 변제」를 언급했으나 「권고」 수준에 그쳤다. 3∼8년치 사이의 한 점에서 매듭될 힘싸움의 결과는 엄청난 폭발력을 안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실업자에 대한 사회보장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우리 실정이다. 또 퇴직금은 노동자들의 마지막 생명줄이다. 평생 한번 만져 보는 목돈이자 퇴직·실업 이후의 소득원이다.

정부가 헌재 결정 이후 사용자가 전액을 부담하는 기업연금의 조기 실시 계획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근로자 임금채권 보장 기금」의 신설과 기업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근로자 개인명의의 퇴직연금보험 등도 거론된다. 그러나 재계의 반응은 차갑다.

한편으로 개정 노동법의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활용하는 노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용자가 추가 자금 수요에 선뜻 응하기는 어렵지만 「퇴직금 누진제」보다는 부담이 적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이때 노동자들의 선택의 고민은 이미 보루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행복한 망설임이 될 것인가.<황영식 기자>

◎1,241개 사업장 5만6,000명 체임/노동부 집계 7월말 현재/기아 포함 4,000억원 넘어

최근 체불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지난 연말 이후 우리 경제를 강타한 대기업의 잇단 부도 때문이다.

대기업의 부도 도미노 여파로 중소·영세업체들이 따라 쓰러졌고 그나마 살아 남은 기업도 극심한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체불임금 총액은 7월말 현재 1,241개 사업장(노동자 수 5만 6,775명)에 1,943억500만여원.

그나마 이 액수는 노동부에 신고된 것만을 모은 것이어서 실제 체불액과 8월분을 합치면 노동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은 2,0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 집계에서 빠진 기아 관련 체불액까지 합치면 쓸쓸한 추석을 맞을 노동자는 10만여명, 체불액은 4,000억원에 육박해 사상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계된 체불임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퇴직금으로 전체의 52%, 1,022억여원에 달한다. 급격한 경기 침체로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54.3%) 건설업(30.3%) 운수업(2.1%) 기타(13.3%) 순으로 나타났다.

재벌 순위 9위인 기아그룹의 사실상의 부도로 인한 체불임금액은 전체 체불 총액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주력기업 기아자동차(주) 등 25개 계열사에서 5만6,000여명이 일하는 대그룹이 휘청거리자 불과 2개월 사이에 천문학적인 체불임금이 발생했다.

노동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 적용 대상으로 지정된 7월 이후 지급되지 못한 임금은 19개 계열사(노동자 4만 9,830명) 1,773억여원에 달한다. 이중 퇴사한 사람들에 지급해야 할 퇴직금과 임금이 959억여원. 인력감축이 계속될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아그룹 협력업체 99개사(노동자 1만1,451명)의 임금 96억원도 체불 상태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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