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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느냐 먹히느냐” 유통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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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느냐 먹히느냐” 유통 빅뱅

입력
1997.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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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아우성­개방과 불황의 2중 파고·몰락 입성 판도 대변혁/“미래는 유통이다”­재벌과 외국기업의 공세·기존업체와 3각 무한경쟁국내 유통시장은 개방과 불황이라는 두가지 변수가 겹치면서 대변혁의 시기에 접어 들었다. 이른바 「유통의 빅뱅」으로 불리는 대변혁은 기존업체의 도산과 구조조정, 신규업체의 진입으로 업계 판도를 뒤엎고 있다.

현재 눈앞에 보이는 빅뱅의 윤곽은 전통적인 간판기업의 잇따른 부도다. 진로와 대농은 자금난으로 사실상 부도가 난 상태이고 최근 가장 공격적 경영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뉴코아도 한보사태이후 빈사에 허덕이다 계열사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한신코아를 운영하던 한신공영도 결국 무너졌다.

올들어 몰락한 재벌 가운데 진로(아크리스) 대농(미도파) 한신공영(한신코아) 등 대부분이 유통의 덫에 걸려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의 도산이 그룹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나머지 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롯데 신세계 등 내로라는 간판기업들도 연중세일을 감행하는 출혈경쟁에도 불구하고 매번 역신장에 시달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중소형 백화점은 더욱 심각하다. 판매부진에 따른 경영난 심화로 부도 혹은 인수합병설이 나도는 지방업체는 B백화점 T쇼핑 등 경기 부산 전남북 대전등지의 4∼5개 업체에 이른다.

물론 대리점과 슈퍼 등 기존의 소규모 유통망은 이미 붕괴된지 오래다. 동네 구멍가게 재래시장의 상가 아파트단지내 상가들은 물론 제조업체의 대리점체제들도 대형 할인점과 카테고리킬러에 치여 공동화현상을 겪고 있다.

여기에 일부 상권들은 이미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인구 30만명인 일산의 경우 현재 백화점 2개 할인점 4개가 있고 내년이면 백화점이 5개 할인점이 5개로 늘어난다. 인구40만명인 분당도 현재 5개의 백화점과 6개의 할인점이 들어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통상 1개 점포당 적정인구가 20만명인걸 감안하면 이미 5배이상의 과포화상태인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방으로 인한 외국계 기업의 진출과 30대 그룹들의 진출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빅뱅을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올들어 삼성물산 LG 대우 등 15개가 신규진출을 선언하는등 30대그룹 가운데 21개가 참여한 상태. 유통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제조업위주의 30대그룹들이 너나 할것없이 유통으로 뛰어들고 있다. 2000년에는 전국에 백화점이 200개 할인점이 190개나 들어설 것이라는게 업계의 추정이다. 현재 백화점 94개 할인점 등 신업태 40여개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2∼3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96년 1월1일 개방이후 시작된 외국기업의 공세도 더욱 세차질 것으로 보인다. 초반기 유럽계 기업들이 선수를 쳤지만 미국 일본 등도 이미 시장조사를 마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 업체 까르푸의 경우 지난해 8월 국내무대 데뷔한 이래 1년만에 부천 일산 대전등지에서 점포를 개설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자본금 2000여억원으로 외국 단독투자규모로는 최대인 까르푸는 3,000억원의 증자를 실시한뒤 내년에는 8,000억원수준으로 늘린다는 엄청난 투자계획을 준비중이다.

까르푸와 마크로 등 유럽계 할인점은 2000년까지 30여개 수준으로 점포망을 확대, 초반 기세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고 세계 유통업을 장악해온 거대한 미국업체와 아시아권에서 강한 일본업체들이 진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월마트가 용인 분당 등 10여 곳에 부지를 잡고 단독진출을 검토중이고 K마트가 미도파, 제트로가 대우그룹, 웨테루가 코오롱상사와 각각 손잡고 할인점분야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유통업은 이제 기존업체 외국기업 국내 대기업의 3각구도로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으로 질주해가고 있는 것이다.<이재열 기자>

◎국내는 포화 해외 뚫어라/업체들 중으로… 러시아로

「국내 유통업체의 해외진출」 유통시장 개방이후 거대한 외국 유통업체들의 공략으로 입지를 위협받고 있는 국내업체들이 새롭게 찾은 돌파구다. 외국기업의 공세를 앉아서 당하기보다 세계시장진출 교두보 마련의 계기로 삼겠다는 공세적 대응인 셈이다.

해외진출의 대표주자는 신세계 백화점. 96년 1월 중국 상하이(상해)에 백화점을 내 업계 첫 해외진출의 기록을 세웠다. 상하이의 신흥상권으로 떠오르고있는 포동지구에 들어선 신세계 상하이점은 1,500평규모로 한국상품 95% 해외상품 15%로 국내제품 중심의 고급패션점을 지향하고 있다. 상하이점을 거점으로 베이징(북경) 등 중국 대도시로 매장을 확대, 제2의 내수시장화를 노리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매장면적 3,800여평규모인 할인점 E마트를 상하이에 오픈했다. 20년 장기임차로 시작한 E마트 상하이점은 7,000여개의 품목을 현지에서 조달,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활로개척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미도파도 중국진출을 준비중이다. 롯데는 베이징사무소를 통해 백화점출점을 위한 부지와 상권조사에 들어갔고, 미도파도 최근 대농그룹의 자금난으로 늦춰지긴했지만 칭따오(청도)에 1,200평규모의 패션전문점 개점을 추진중이다. 현대는 진작부터 러시아쪽에 관심을 가졌다. 최근 현대호텔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점으로 백화점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업체의 해외진출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제조업체의 현지판로개척 및 현지시장의 수출거점확보 등에 유리하다. 또 불황에는 해외유통망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통해 아웃소싱 능력을 배가시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외진출의 걸림돌도 만만치않다. 우선 인력 운영 노하우 시스템 등 자체 경쟁력의 열세로 다국적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냉철한 해외소비자들과 덩치 큰 다국적 기업들을 상대로 그것도 안마당이 아닌 외국에서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 등 정책적인 여건도 불리하다. 부동산 취득 등 초기자본투자부담이 상당한데다 금리도 외국기업에 비해 8∼10%포인트까지 비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해외진출업체에 대한 금리혜택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 종합상사 건설사 등과의 공조체제확보, 우수인력양성을 위한 인력연수센터 건립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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