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에 대비한 뚝섬돔구장 건설을 둘러싼 서울시의 태도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고 태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 시민들은 돔구장 건설에 대한 서울시의 진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운동장건설문제조차 이처럼 투명성이 결여된다면 다른 행정인들 어떻게 믿겠는가.서울시는 지난달 월드컵축구는 잠실주경기장을 개·보수해 사용하고 뚝섬돔구장에선 예선 조별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월드컵축구조직위가 이에 반발하자 무책임하게 돔구장건설 백지화 검토를 밝히고 그럴 경우 땅을 산 LG측에 대한 위약금은 조직위가 물어야 한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이같은 서울시 태도는 돔구장 부지의 특혜의혹과 맞물려 여론의 눈총을 받았다. 이번엔 돈이 없어 포기했다던 축구전용경기장을 건설하고 뚝섬돔구장도 월드컵축구를 치를 수 있는 규모로 짓겠다고 다시 태도를 바꿨다. 이것도 부족해 서울시는 이처럼 문제가 복잡해진 것은 의사전달 과정의 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등의 석연치 않은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과정을 짚어보면 서울시는 정말 믿기 어렵다. 사실 문제가 이처럼 뒤얽힌 것도 서울시가 지난해 돔구장건설 사업자모집공고를 내면서 내세운 「월드컵 준결승이상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6만5,000석 규모의 다목적 개폐식 돔구장」이란 명시가 지켜지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책임은 적지않다고 할 것이다.
이곳의 부지 3만3,000평을 주변시세의 3분의 1 값에 인수한 LG측에 이 「명시」를 따르게 했더라면 문제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명시와 달리 5만석 규모에 인조잔디를 깐 밀폐식 돔구장을, 그것도 야구장을 짓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터져나오면서 문제가 꼬인 것이다.
뒤늦게 돔구장을 처음 명시한대로 건설하기로 했다고 해서 서울시의 월드컵 준비를 소홀히 한 책임과 돔구장 부지 특혜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태도변화는 시의회가 특혜에 대한 감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지금까지의 경위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투명성이 결여된 행정은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이는 아주 중요하다. 물론 축구전용경기장 건설이 빚이 많은 서울시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것과 돔구장건설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월드컵축구 준비는 일본에 비해 너무 뒤떨어져 성공적 개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돔구장건설을 둘러싼 서울시의 질척거림은 우리의 성의없는 준비상황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서울시는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축구전용경기장 건설문제 등 월드컵준비를 본격적으로 협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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