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왕은 어디 있나요?」(선). 「당신의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우리를 위로해 주세요, 어머니」(데일리 미러). 「왕실은 인정이 있나요?」(데일리 메일)….영국언론은 약속이나 한듯 4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에 왕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대해 맹렬히 비난했다.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다이애나에 대해 침묵하는 바람에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여론이 비등하자 여왕은 5일 급거 휴가지인 스코틀랜드 발모랄성에서 런던으로 돌아와 크리스마스때만 해 왔던 TV를 통해 다이애나에 대한 애도연설을 했다. 여왕은 또 자신이 버킹엄궁을 비웠을 때는 여왕기만을 내걸게 돼 있는 관례를 깨고 「유니언 잭」을 조기로 내걸도록 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다.
왕실 대변인은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 『다이애나의 죽음을 왕실이 외면하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여왕께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모든 왕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왕세자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는 이날 왕실 고위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다이애나의 시신이 안치된 제임스궁을 찾아 조문했다.
영국왕실이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해 그동안 침묵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다이애나가 비록 「왕세자비(Princess Of Wales)」의 호칭을 유지했지만 이혼으로 「비전하(Royal Highness)」의 경칭이 박탈된 이상 왕실의 정식 일원도 아니고, 또 일반국민에게 감정(특히 비장함과 애도)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왕실의 전통이었기 때문이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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