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 떠난다더니” 오열·통곡/일부 시신 훼손되고 뒤바뀌기도【프놈펜=이진동 기자】 5일 하오 캄보디아 프놈펜 칼메트 병원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훼손된 사실을 발견하고는 충격으로 혼절해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하오 2시40분께 포텐통공항에 도착한 희생자 유족 42명은 교민들이 마련한 버스편으로 공항에서 12㎞ 떨어진 칼메트병원으로 향하는 도중 아직도 사고가 믿기지 않는 듯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희생자 김종성(41)씨의 친형 점근(54·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동생의 영정을 붙잡고 『동생이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며 『왜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떴느냐. 이국만리에서 이렇게 가느냐』며 오열했다. 오형석(34) 목사의 유족 8명은 시신을 확인해가다 오씨의 부인 곽혜진씨의 시신이 불에 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자 그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김성철씨의 부인 이정숙(32)씨는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안치실에 들어가려다 즐비한 관과 흰천에 싸인 시신을 보고 그자리서 실신했다. 이씨는 교민들에게 들려나와 찬물을 끼얹는 등 응급처치에도 팔다리 마비와 함께 호흡곤란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또 김봉석(36) 원광대 동창회장의 시신을 확인하려던 동생 향숙씨도 김씨의 시신을 보고 실신했다.
홍성철씨 유족인 형 성효씨는 시신을 확인한 뒤 밖으로 나와 『왜 저렇게 썩도록 놔두었느냐』며 『빨리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하면서 주저앉았다. 소방수씨의 부인 강영자씨도 시신을 확인한 뒤 펄쩍펄쩍 뛰며 『나혼자 어떻게 살아가라고 먼저 갔느냐…』며 울부짖기만 했다.
유족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갖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희생자 현초애씨의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뒤바뀐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시신 3구중 현씨의 시신을 찾던 현씨의 남편 변영달씨는 3구의 시신이 모두 남자의 시신임을 알고 백방을 수소문 한 끝에 맞은편 대만 희생자 안치실에서 방치된 현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하얀제복을 입은 군인들을 입구에 도열시켜 유족들이 도착할 때마다 「받들어 총」자세를 취하게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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