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허정 박사의 비단길 의학기행(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허정 박사의 비단길 의학기행(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1)

입력
1997.09.06 00:00
0 0

◎‘건강 100세’ 장수비방 캔다/현대의학 한계 돌파구는 없는가/기록에도 없는 민간요법 대추적/13년간 13차례 중앙아 오지 누벼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허정 박사의 의학기행 「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를 매주 토요일자에 연재합니다. 허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 자문관 자격으로 8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3차례 네이멍구(내몽고)몽골 우즈베키스탄 티베트 등 비단길 주변의 장수촌을 다녀왔습니다. 이는 장수촌 주민들의 독특한 전통의학과 장수비결을 현대인의 만성병 관리에 활용하려는 WHO의 연구작업에 따른 것입니다. 생활수준이 낮으면서도 세계 최장수족으로 꼽히는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의 전통적인 질병 치료법과 장수법은 21세기를 앞둔 독자여러분의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편집자>

<1> 전통의학과 건강

1. 왜 전통의학에 주목하는가

20세기 후반부터 의학과 보건학 분야에서 나타난 범세계적인 변화를 꼽는다면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장수화 경향일 것이다. 일본인의 평균수명은 이미 80세에 이르렀다.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추세로 노령화가 계속될 경우 일본은 2025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5∼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전염병에 대한 과학적인 예방법은 40∼50대 장년층과 노령인구를 증가시켜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그러나 산업화가 급속히 이루어 지면서 전염병 못지 않게 무서운 성인병이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성인병과 노인병은 전염이 안되지만 일단 발병하면 거의 완치가 안되는 것이 특징이다. 성인병은 제대로 관리해도 각종 합병증이 생겨 많은 사람을 괴롭힌다. 옆구리가 아프고 무릎이 쑤신다. 안면마비로 얼굴이 뒤틀리고 여러군데 통증이 나타난다. 현대의학이 직면한 이같은 질병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민족이 지니고 있는 전통의학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WHO는 필자로 하여금 84년부터 96년까지 해마다 한 번씩 구소련의 카자흐스탄을 비롯,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의 변방을 돌아다니면서 그 타당성을 조사토록 했다.

필자는 물론 한의사가 아니다. 티베트의 장의사나 몽골의 몽의사도 아니다. 하물며 위구르족의 유의사도 아니다. 서양의학을 공부한 후 예방의학과 보건학을 전공했다. 20년 전부터 의과대학에서 의학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보건대학원에서는 보건사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의학사, 보건사를 세계적인 안목에서 아시아와 한국에 적용할 경우 중국의 중의학이나 중앙아시아의 전통의학은 매우 중요한 연구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인연 때문에 필자는 서양의학을 공부했으면서도 전통의학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고 이해하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 5·16이후 근 10년간 경희대한의대 전신인 동양의약대학에서 보건학을 강의한 인연도 있어 WHO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비단길」의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사마르칸트, 타슈켄트, 알마아타를 비롯 중국의 여러 고장을 돌아다녔다.

신장(신강)자치구의 우루무치(오로목제), 칭하이(청해)성의 시닝(서녕) 시안(서안) 둔황(돈황), 시장(서장)자치구인 티베트의 수도 라사(납살), 네이멍구자치구의 후허하오터(호화호특)에도 다녀왔다. 지난해에는 중일전쟁 당시 요충지였던 윈난(운남)성의 쿤밍(곤명)과 메콩강의 발원지인 광시(광서)성도 찾아갔다. 또 88년에는 우리나라 동포들이 많이 사는 옌지(연길)와 백두산을, 93년에는 18세기말까지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던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각각 다녀왔다.

2. 아시아 의학의 뿌리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긴 하나 중국에서는 1949년 이후 뿌리찾기 운동과 자주의학 재건사업의 일환으로 중의학의 발전이 거국적으로 추진됐다.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돼 있는 여러 민족은 서양의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종의 대체의학 또는 보완의학의 차원에서 각기 자신들이 지켜온 전통의학을 되살리고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을 중의학과의 관계규명이라는 차원을 떠나 인도의 「야유·베다」의학, 서양의 「그리스·로마의학」 등 좀 더 넓은 안목에서 밝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역사는 그 나라를 둘러싼 야만족인 이른바 북적 남만 서융 동이 등 변방민족과 한족의 상호관계를 중화사상에 입각해 한족 중심으로 기록해왔다. 의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중국이 정치적으로 강조하는 중의학도 엄밀히 따지면 한족을 중심으로 발달돼온 한의학을 뜻한다. 중국안에서도 몽골족의 전통의학을 몽의학이라고 부르고 위구루족의 것은 유의학, 티베트의 전통의학은 서장 의학이란 의미에서 장의학이라고 한다.

역사를 통해 한족이 중국을 지배한 경우도 있었지만 왕샤오쥔(왕소군)의 이야기로 유명한 중앙아시아의 위구루족이나 문성공주의 일화로 잘 알려진 장족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의학도 그렇다. 한족의 한의학이 아시아에서 언제나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 인도의 고대불교의학은 물론 아라비아의 이슬람의학과 더 나아가 유럽의 그리스의학과도 관계를 맺고 아시아의 전통의학은 발전해 왔다.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민족은 오래전부터 고유의 민간의료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런 민간요법은 오랜 문화적 기반 위에서 생겨났지만 이미 역사속으로 묻혀 그 자취가 사라진 것도 많다. 일반적으로 민간의료는 공식적인 문서에 의해 기록된 기술의학에 앞서 생겨났다.

그러나 이 후 문자에 의해 기록된 아시아 여러민족의 기술의학은 그 이론체계가 대부분 중국과 인도, 그리고 아라비아의학에서 근원을 찾게 된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의 공식적인 전통의학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한의학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일본의 한방과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중국의 한의학에서 그 이론체계를 모방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통의학이 중국의 한의학과 같은 것은 아니다.

질병이나 치료에 관한 사고방식을 보더라도 아시아 여러 민족은 독창적인 비판정신과 고유영역을 지켜왔다. 향약집성방이나 동의보감에도 우리나라 고유의 자주의학발전에 힘써온 흔적을 엿볼 수 있다.

3. 현대인의 건강수칙

수년 전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옛날의 금잔디」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던 노망은 이른바 노인성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 노망은 30∼40년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들면 며느리 흉이나 잘보는 일종의 정상적인 노화과정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20세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일부 극빈국가를 제외하고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 살게 됐다. 그러나 도교사원인 베이징(북경)의 바이윈관(백운관)에 모셔진 펑쭈(팽조)같은 도인들이나 구약성경의 모세에서 노아에 이르는 전설시대의 선인들같이 몇백년씩 살 수는 없다.

1875년을 기점으로 불붙기 시작한 서양의학의 가장 큰 업적은 홍역이나 마마같은 전염병을 없애 누구나 오래 살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생리적 수명은 연장시키지 못한다. 아직도 아득한 옛날 사람들같이 오래 살게 만드는 장수의학은 없다. 생리적 수명에 대한 의학자의 전망도 장님 코끼리 더듬듯 제각기 다르다. 다른 동물같이 완전히 자라서 제구실을 하게되는 20세를 기준으로 생리적 수명이 최장 200세, 최단 150세는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100세 넘게 사는 사람이 많은 장수촌이 이런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연구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고장은 과학문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변방인 동시에 장수의학 내지 전통의학이 보존된 곳이다. 그러나 이런 장수촌에 가려진 함정은 많다. 출생신고나 호적제도가 없는 맹점을 이용, 120세나 130세로 늘려잡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느 노의의 10가지 건강수칙/적게 먹고 오래 씹는다/식초 많이 치고 싱겁게/욕심 내지 않고 베푼다

1949년 이후 중국이 자랑해온 중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정부수립이후 공식적인 교육기관인 중의학원이나 전통의학기관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방에 따라 각기 몇백년씩 조상 대대로 이어받은 비방에 따라 침을 놓거나 약을 쓰는 노의들도 있다.

이 중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노의들이다. 때로는 관상도 보고 점도 치며 비방도 알려준다. 시안에서 만난 한 노의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하다며 10가지 건강수칙을 필자에게 알려 주었다.

①적게 먹고 오래 씹는다(소식다요). ②고기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는다(소육다채). ③싱겁게 먹고 식초를 많이 쳐 먹는다(소염다초). ④단 것을 적게 먹고 과일을 많이 먹는다(소당다과). ⑤화를 적게 내고 자주 웃는다(소노다소). ⑥괴로움을 줄이고 잠을 많이 잔다(소번다면). ⑦말을 적게하고 행동을 앞세운다(소언다행). ⑧욕심을 내지 않고 많이 베푼다(소욕다시). ⑨옷을 얇게 입고 목욕을 자주 한다(소의다욕). ⑩차를 덜 타고 많이 걷는다(소차다보). 내용을 듣고 보니 중국 한의학을 현대화한 섭생법이라고 여겨졌다. 독자 여러분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허정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허정 박사 약력

▲57년 서울대 의대 졸업 ▲60년 미 미네소타주립대 보건학석사 ▲63년 서울대 보건학박사 ▲7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79년 한국노년학회장 ▲81년 대한예방의학회장 ▲88년 한국보건행정학회장 ▲현재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주요저서

「서양보건사」 「동양의학사(편역)」 「에세이 의료한국사」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건강상식 164가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