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이키고 있는 「창고형매장」 「카테고리킬러」 등 대형할인점들이 백화점과 재래상가 등 기존 유통업체를 급속히 잠식하면서 국내 「유통혁명」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격적인 가격할인, 다양한 품목 등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할인점들은 연평균 20∼30% 성장을 구가하던 백화점업계를 침체일로로 몰아넣고 아파트상가의 폭락을 초래하고 있다.◎특징 알면 더 싸다/카테고리 킬러특정상품 집중취급·대형화/아웃렛재고상품 등 가격 대폭할인
최근 2∼3년동안 「가격파괴」라는 한가지 「이념」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했던 대형할인점들은 업태에 따라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들의 특징을 잘 알아둬야 필요한 상품을 값싸게 사는데 성공할 수 있다.
◆종합할인점(디스카운트스토어)
상품구색이 특정 품목에 치우치지 않고 의류 잡화 내구성소비재 등을 박리다매로 대량판매하는 할인점. 「낮은 마진, 높은 회전율」을 기반으로 싸게 팔며 창고형 매장에 쌓아둔 물건을 고객이 스스로 골라 계산하는 셀프서비스와 최소시설로 마진을 낮춘다. 48년 미국 뉴욕에서 개설된 콜베트(Korvette)가 효시로 알려져 있으며 60년대 급속히 확산됐다.
◆회원제 도소매점(MWC·Membership Wholesale Club)
창고형 매장에 상자째 상품을 진열해놓고 연회비를 내는 회원에게만 묶음으로 판매하는 할인점. 유럽에서 현금·무배달(Cash & Carry)판매 개념으로 발달하다가 76년 미국의 「프라이스클럽」이란 상호로 본격적인 유통업 형태를 갖췄다. 땅값이 싼 도심밖에 위치하며 현금·묶음판매·인건비 절감 등으로 가격이 매우 싸고 대신 상품회전율이 높다. 국내에선 신세계백화점의 프라이스클럽, 뉴코아백화점의 킴스클럽, 화성산업의 델타클럽, 한·네덜란드합작사인 한국마크로가 있다.
◆하이퍼마켓·수퍼센터
종합할인점과 수퍼마켓을 혼합한 형태. 종합할인점처럼 창고형 매장에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추지만 식품비중이 50∼60%로 큰 것이 특징이다. 63년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가 파리교외에 개설한 것이 효시이며 지난해부터 국내에도 진출했다. 회원제가 아니고 주차장이 무료이며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MWC와 달리 낱개판매도 한다.
◆카테고리킬러(전문할인점)
특정상품부문만으로 전문화·대형화해 그 부문만큼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춘 소매점이다. 한정된 부문에 대한 상품을 대량구입, 마진을 대폭 낮춰 종합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상설할인점보다 낮은 가격대를 유지해 기존 소매업태를 위협하고 있다. 완구 스포츠용품 가전용품 자동차용품 레코드 사무용품 등을 판매한다. 국내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E마트가 일산점에 개설한 「스포츠데포」를 비롯, 나산그룹의 「나산홈플레이스」 등이 있다.
◆아웃렛(Outlet)
재고상품이나 신상품중 비인기상품, 하자상품 등을 절반이하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설할인점포. 통상 여러개의 점포가 모여 쇼핑몰을 이루며 재고상품이 집하되는 도심밖의 물류창고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이랜드의 「2001아웃렛」이 최초이며 의류업체들이 자사상품 아웃렛매장을 운영하고 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93년 첫 개설 매출성장 승승장구/신종 ‘카테고리 킬러’까지 등장/아파트상가·재래시장 몰락 불러
93년 국내 최초 대형할인점으로 개설됐던 E마트와 프라이스클럽은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 5,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킴스클럽도 5,6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불경기속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백화점업계가 할인점 개설을 서두르는가 하면 삼성 현대 등 재벌기업과 외국 유통업체들까지 속속 가세해 대형할인점은 국내 유통혁명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매장면적 500평이상인 대형할인점이 무려 48개가 세워지고 올들어서도 이미 10여개가 줄이어 개설했다. 신세계 뉴코아 그랜드 동아백화점과 LG 해태유통 등 유통업체들은 물론 나산 대한통운 거평과 같은 비유통업체들이 속속 참여, 치열한 입지 선점경쟁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까르푸 마크로 등 외국계 업체들도 잇따라 진출한데 이어 미국의 종합할인점 월마트, 장난감 단일품목할인점 토이저러스, 유럽의 프로모데스 등 세계적인 할인전문업체들도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카테고리킬러」라는 또 다른 신종 할인업태의 공세를 받고 있다. 스포츠용품 홈인테리어용품과 같은 특정 품목만을 대량으로 싸게 판매하는 이른바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는 한 분야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대량 매입, 종합할인점보다도 더 싼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판매, 유통업계의 가격파괴를 한층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상품종류가 워낙 다양한데다 가격경쟁력이 막강해 인근 백화점과 일반할인점들의 고객을 몽땅 빼앗고 심지어 문을 닫게해 「킬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카테고리킬러의 위력을 직감한 유통업체들은 서둘러 기존 백화점이나 종합할인점에 카테고리킬러를 혼합한 형태의 매장을 마련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종합할인점인 E마트의 일산·분당점에 「스포츠데포」를 개점, 스포츠용품의 카테고리킬러를 선언했다. 일반할인점에서 20만∼21만원, 백화점에서 23만원하는 스케이트롤러브레이드를 17만원에 팔아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뉴코아백화점도 6월 분당 서현점 10개층 가운데 6개층에 단일품목 전문할인점 매장을 설치, 「백화점+카테고리킬러」라는 복합형태의 유통형태를 선보였다. 섬유업체인 갑을그룹도 7월 2000년까지 대구 갑을방적 이현공장과 신한견직 2공단공장 등 5곳의 공장부지 7만7,800평에 복합할인점 하이퍼마켓 카테고리킬러 등을 건설, 유통사업에로의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나산그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집수리·인테리어용품 할인점인 「나산홈플레이스」(2,800평)를 개점, 하루 1억원대의 판매기록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 김동환 과장은 『앞으로 백화점은 성장둔화를 겪는 반면 할인신업태의 매출은 연평균 30%이상 고성장, 2000년엔 11조원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대량구입·저관리비 가격파괴의 열쇠/중기제품 브랜드마케팅도 핵심병기
대형할인점들의 무기는 대량구입을 통해 상품조달원가를 낮추는 대량구매력(바잉 파워), 인건비 광열비 매장장식비를 대폭 줄이는 관리비 최소화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상품을 제공하는 저비용운영(Low Cost Operation)체제다.
특히 대형할인점들은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제품에 자체브랜드를 붙여파는 「브랜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른바 PB(Private Brand)로 불리는 대형할인점의 자체브랜드 상품들은 대형할인점의 「저가격 고품질」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병기가 될 전망이다. 브랜드 지명도가 낮지만 품질이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개발, 할인점의 독특한 상품개념을 불어넣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전략이다. PB는 납품업체의 포장비용 등 유통비용을 절감, 일반 브랜드에 비해 20∼50%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소비자들을 매장에 끌어들이는 할인점들의 승부상품이 되고 있다.
E마트는 「E―PLUS」, 마크로는 「아로」, 킴스클럽은 「G&T」, 해태수퍼마트는 「픽 앤 세이브」라는 PB를 운영하고 있다. E마트의 경우 계란을 PB로 판매하는데 대란 60알을 시중가보다 20%정도 싼 4,550∼4,450원에 내놓고 있다. 따라서 대형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운데 60%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이다. 대형할인점들은 대기업 제품이 많은 백화점과 달리 값싸고 실용적인 제품들을 모아 고객들에게 판매하는데 승부를 걸고있다. 중소기업 제품은 대기업에 비해 조직이 가볍기 때문에 가격과 상품의 조절·변형이 쉬어 대형할인점에겐 안성맞춤이다. 즉 우량 중소기업과의 협력체제가 대형할인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대형할인점들의 PB상품은 품목을 적극적으로 개발,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추는데 승패가 걸려있다. 그러나 해외에선 10%이상 차지하는데 비해 국내 업체의 경우 아직까지 다양하게 개발되지 않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약한 상태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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