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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활로 ‘탈백화’로 뚫는다/백화점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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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활로 ‘탈백화’로 뚫는다/백화점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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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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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상품 위주 매장 대대적 교체/치열한 서비스 경쟁­무료영화 상영에 24시간 배달체제/불황속 다점포 경쟁체제­연내 23개 또 개점 극심한 출혈경쟁/기로에 선 지방 백화점­대형사 급속잠식 애향심 등에 호소이젠 백화점들이 더 이상 백화점임을 거부하고 나선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굴지의 백화점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유통시장 전면개방의 소용돌이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백화점은 점포·상품·서비스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시한다. 매계절마다 실시하는 세일행사후 추락하는 매출고를 통해 이를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다.

따라서 백화점들이 생존을 위한 차별화를 위해 「탈 백화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별화를 위한 첫 단계로 백화점들은 지난해부터 점포를 뜯어 고치는 리뉴얼 실험을 시행에 옮겼다. 최근 백화점을 보면 가구 가전 생활용품 등 할인점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상품을 빼버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전문점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즉 백화점들은 「모든 것」을 팔던 복합화 매장에서 점차 전문화·차별화된 매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롯데본점의 경우 전체 매출중 고급의류의 비중이 63%수준이나 향후 3년간 80%정도로 끌어 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가전용품 매장을 대폭 줄이고 현재 매장공사중인 면세점이 완공되면 새로 생길 매장공간을 의류매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본점의 전체 매출중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52%수준으로 90년에 비해 5%포인트가 높아졌다. 메트로미도파는 이미 수년전부터 식품 가정용품 매장을 아예 상계동으로 이전했다.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은 오래전부터 고품격 정통백화점 전략을 고수, 업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고를 유지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빠른 속도로 고객을 잠식하는 할인점들에 대응, 서비스수준을 크게 높여가고 있다. 취약한 가격 경쟁력을 질좋은 서비스로 만회한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백화점 다점포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백화점들간 고객확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그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부정불량식품 신고보상제」를 신설했다. 이 제도는 고객이 매장에서 불량식품 등을 발견, 제보하면 답례로 소정의 상품권을 주는 것이다. 각 매장에 「도우미 전화」를 설치, 불편한 점을 최고책임자에게 직접 얘기할 수 있도록 했다. 아크리스는 한밤중에도 구입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배달서비스」를 실시중이다. 미도파백화점은 청량리점과 메트로점 옥상에서 한동안 야간 무료영화시사회를 열었다. 1,000여석 규모의 좌석을 마련, 매달 2회씩 상영했다. 또 메트로미도파에 휴대폰충전대를 설치, 고객들의 휴대폰을 무료로 충전시켜주고 있다. 그랜드백화점은 각종 공연티켓을 예매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서울 천호동에 천호점을 개점하면서 올해말까지 10개의 백화점이 새롭게 개장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불황속에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할인점을 포함해 올연말까지 유통업체가 23개나 새롭게 문을 열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경쟁이 어느 정도 치열해졌는지는 신도시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구 30만명인 일산의 경우 현재 백화점 1개, 할인점 5개(뉴코아 포함)의 대형점포가 영업중이다.

내년이면 백화점이 4개, 할인점이 6개로 늘어난다. 인구 40만명인 분당에도 5개의 백화점과 4개의 할인점이 들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유통업계의 출혈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부도업체가 속출하면서 「살아남는 자」에 의한 기업인수합병(M&A)은 예정된 수순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향후 1년내에 유통업계의 밑그림이 다시 그려질 것이란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카르푸 등 외국의 대형할인점이 서울과 수도권의 유통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면서 국내 대형 백화점들은 터전을 재빨리 지방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방의 유통업체들도 이에 맞대응, 점포를 증설하는 등 수성전략에 나서고 있지만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백화점을 중심으로한 유통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는 지방상권의 점포증설 경쟁은 생사를 가름하는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최근 롯데 신세계 현대 뉴코아 등 서울 대형백화점들의 지방 점포증설 경쟁은 지역상권을 급속하게 재편하고 있다. 최근 전반적인 불경기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그 속도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대세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지방백화점들은 지역 소비자들에게 향토의식 고착을 불러일으키며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그러나 서울의 대형백화점들이 지난 2년간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 백화점을 잇따라 출점하면서 기존의 판세가 너무도 쉽게 깨져 버렸다.

단적인 예로 부산의 경우 최근 롯데와 현대에 맞서 전면 대결을 펼치던 부산 태화쇼핑의 부도는 지역 유통업체뿐 아니라 전 지방 유통업계에 심각한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유통개방 2년째를 맞아 거세게 불고 있는 유통업계의 무한경쟁 열기는 전국 각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의 구조 개편을 촉발하고 있다.

서울의 대형 백화점들은 막대한 자금력에 우수한 인력, 첨단 물류 시스템, 넓은 매장에 다양한 상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된 사은행사와 광고를 통해 전국 각 지역에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영세한 지방업체들이 이에 대응하기에는 사실상 역량부족을 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장학만 기자>

◎판촉전쟁/삐삐·핸드폰서 콘도회원권까지 “계산대만 빼고 뭐든지 드립니다”

『계산대만 빼고 다 드립니다』

백화점들이 불황을 뛰어넘기 위한 각종 판촉전략으로 사은품행사와 경품잔치 등을 연중 릴레이식으로 실시하면서 고객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 업체들은 고객의 눈길끌기만으로는 부족해 고객들을 몸채 끌어안을 다양한 사은·경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 들어 사은품과 경품증정 행사를 연이어 벌이고 있는 뉴코아백화점은 그릇 밥솥 가방 등과 같은 기존의 사은품 대신 핸드폰 무선호출기 시티폰 등 신세대형 첨단 사은품을 대량으로 마련, 「사은품에도 세대교체」열풍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뉴코아는 6월부터 20일간 실시한 사은품 행사기간동안 9,000대의 핸드폰을 제공, 사은품 폰서비스 전쟁을 가열시켰다.

이 백화점은 최근 추석맞이 사은품 행사를 마련, 이미 호출기 7,124대를 고객들에게 나눠어줬다.

뉴코아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상품권 구매고객에게도 사은품 증정을 내걸고 있어「사은품 파괴」를 통해 유통업계에 또 다른 파문을 던지고 있다. 뉴코아는 최근 상품권을 300만원어치 이상 구입하는 고객에게 호텔 킴스클럽 1박2일 숙박권(18만5,000원 상당), 500만원 이상에는 2박3일 숙박권, 1,000만원 이상에는 3박4일 숙박권을 각각 내걸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상품권은 현금과 같아 카드구매나 할인도 되지않고 현금으로만 구입이 가능해 지금까지 여기에 사은품을 제공한 백화점은 없었다. 따라서 이같이 기존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는 치열한 판촉전은 유통업계에 일고있는 무한경쟁 열풍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단적인 사례다.

경품행사도 그 종류에서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한때 도자기세트 밥솥 식기그릇 등으로 메뉴를 채웠던 유통업체들의 경품류가 최근에는 3,800만원 상당의 최고급 승용차를 비롯, 2,900여만원짜리 콘도회원권과 유럽 등 해외 여행권 등으로 갑자기 고급화됐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최근 공개추첨 경품행사에서 한화콘도 회원권을 1등의 몫으로 내걸었다. 롯데 백화점은 바캉스 해외여행 경품행사를 통해 1등 유럽 1주 여행권, 2등 호주·뉴질랜드, 3등 하와이, 4등 괌 여행권을 주었다.

그랜드백화점은 지난달 매일 6명씩 추첨해 에어컨 캠코더 오디오 전자렌지 선풍기 등을 주고 세일기간 전체 응모자들을 재추첨해 114명에게 슬림형 에어컨, 제주도 여행권, 냉풍기, 에버랜드 캐리비안베 이이용권을 선물했다.

각 업체들은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곳에 많은 길손들이 몰린다」는 옛말을 매출액 수치로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각 백화점들의 이같은 다양한 판촉전은 가을 추석무렵을 넘기면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장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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