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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옐친의 불출마선언/워싱턴포스트 9월4일자(해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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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옐친의 불출마선언/워싱턴포스트 9월4일자(해외사설)

입력
1997.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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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두번째 임기를 수행중이고 헌법이 대통령임기를 재임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말은 대단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그러나 구소련 지역의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헌법에 관계없이 권력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주 그가 일단의 학생들 앞에서 밝힌 이번 선언은 정말 주목할만한 것이다.

옐친의 주변을 둘러보면 얼마나 훌륭한 선언인지가 명확해진다. 권력이양을 꺼리는 태도는 일종의 「구소련의 유산」이다.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이 비슷한 처지이다. 단지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만이 권력의 평화적 이양을 지켜보았다.

옐친 역시 크렘린에서 꼼짝도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93년에는 정치적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불러들였고 지난해에는 뻔뻔스럽게도 관영매체를 자신의 재선운동에 활용했다.

지난번 대선때에는 선거운동 막바지까지 나쁜 건강상태 때문에 많은 관측통들은 그가 재임할 수 있을지, 또 어느 정도로 오래 통치할 수 있을지 의심했다.

그러나 66세인 옐친은 심장수술후 날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은퇴계획을 이처럼 단정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그의 말이 야기할 몇몇 문제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차기 주자들의 책략이 심해질 것이고 레임덕현상으로 점차 그의 권위가 약화할 것이다.

옐친은 그런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의 선언이 전해준 헌법의 질서는 그래서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사실 대통령으로서 그의 중요한 목표는 러시아를 경제, 그리고 외국과의 관계, 국가기관에 있어 보다 정상적인 나라로 만드는 것이었다.

어떤 지도자도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은퇴를 경험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선출된 후계자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하는 것은 그 방향으로 중요한 발걸음을 남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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