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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잡것들,그 이후(재즈재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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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잡것들,그 이후(재즈재즈:1)

입력
1997.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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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시대 Jazz로의 여행/우리에게 생소했던 70년 ‘잡것들 날뛰다’ 이후 무수한 가지의 지각변동/80년대 탈중심화 90년대 포스트모던으로 재즈의 악보를 넘겨보자한국일보는 90년 국내 일간지 최초로 본격 재즈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의 흐름보다 재즈의 변화는 더욱 빠릅니다. 최근 재즈의 본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큰 흐름을 다시 시리즈로 내보냅니다.<편집자 주>

90년대 한국에 밀어닥친 재즈붐은 음악으로서의 재즈가 아닌, 이미지로서의 재즈이다. 광고든 카페든 재지(jazzy) 「분위기」를, 지난 시대를 풍미했던 재즈를 적당히 차용한다.

80년대 이후 세계 재즈의 진두에서 벌어졌던 유례 없는 격돌과 탐색전, 그 진지한 장정에 대한 정보가 한국에는 너무 부실하다. 재즈가 가장 동시대적 예술임에도, 우리는 왕년의 대스타 주변만 배회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재즈가 우리에게는 낯설다. 그래서 찾지 않으니, 더욱 낯설다. 최근의 재즈 붐과 시기가 맞아 떨어져 널리 유포된 「최신 재즈」가 있긴 하다.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채널 MTV의 90년대 히트상품 「애시드 재즈(acid jazz)」가 그것이다. 재즈를 펑키, 힙합, 랩, R&B 등 최신 흑인음악의 다양하고도 공격적인 비트에 샘플링과 프로그래밍이란 최신 기술을 덧입혔다. 마치 새 장르 이름인양 착각받지만, 애시드 재즈란 「음악 신상품」일 뿐이다.

「진짜 재즈」는 지금껏 어떤 길을 걸어 왔을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70년대까지 거슬러가야 한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잡것들 날뛰다(Bitches Brew)」라는 묵시록적인 제목의 더블앨범을 투하한 것이 바로 70년이었다. 이후 재즈는 「아방가르드」라는 좌파와 「퓨전」이라는 우파 사이에서, 그야말로 「잡것들」이 무수히 가지 쳐 나와 지각변동을 거듭했다. 혼돈의 70년대를 다양성의 80년대가 이어 받았다. 그래서 우리 시대 재즈는 녹록하지 않다. 탈중심화(decentralization), 80년대 이후 재즈의 최대 테마이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찰리 파커처럼 한 시대의 음악적 영웅이 이제는 의미 없다. 재즈의 영역이 넓어지고 다양해져가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재즈는 누구든 「내가 최고」. 시기적으로 좌우 이념대결이 희석돼 무의미해진 것과 절묘하게 궤를 같이 한다. 90년대는 「포스트모던 재즈」의 시대. 앞 시대의 유산들의 「모방과 변용」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강령이 재즈에 그대로 적용된다.

재즈-록 퓨전과 펑크의 분방함을 섞은 프리 펑크(free funk), 프리 재즈와 정통 재즈를 혼용한 신고전주의(neoclassicism), 비밥의 어법을 통달한 거장의 연주에 지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고전주의(classicism), 세계 오지의 음악 어법들로부터의 영감을 중시하는 월드뮤직(world music), 헤비 메탈이나 펑크(punk)의 격렬한 비트에 재즈적 즉흥을 섞는 노 웨이브(no wave) 등이 우리 시대 재즈의 5대 본산이다.

재즈는 80년대 이후의 오랜 방황을 끝내고 클래식에도 능통한 천재 트럼페터 윈튼 마설리스(37)가 이끄는 고전주의로 통합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타 장르가 일거에 사라졌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재즈의 후손으로서, 또 대안으로서 그들은 굳건히 살아 있다. 다음부터는 재즈가 「잡것들의 시대」를 관통해 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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