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만기후 사의→재추대→명예회장설 돌아/거취 안밝혀 의혹 더해… 안팎선 사퇴압력 가중『무작정 버티기에 나선 것인가』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이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장기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기아그룹과 김회장에게 「버티기 시나리오」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회장은 귀국일정을 앞당겨 2일 한밤중에 들어온 뒤 한동안 종적이 묘연했다가 4일 정상출근해 업무를 챙기고 있으나 관심이 집중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하지않고 있다. 당초 김회장은 부도유예협약의 개정과 『기아그룹 사실상 해체』 등 정부의 강경한 입장표명 등으로 미루어 3일 상오 귀국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김회장이 불리하게 전개되는 상황변화에 대해서도 「나몰라라」는 식으로 일관하자 기아 내외부에서는 김회장의 버티기 시나리오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기아그룹을 마구 못한다. 부도유예협약 만기일까지 버틴 뒤 사의를 표명한다. 97대선의 핵심쟁점으로 부상시켜 정치적인 해결방안을 찾는다』는 것이 버티기 시나리오의 골자다.
한 기아관계자는 『그룹내 일부에서는 김회장이 9월29일(협약만료일) 사표를 낸 뒤 재추대되고 대선이 끝난 뒤 명예회장으로 자리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같은 시나리오설을 뒷받침했다. 채권단의 전제조건인 사표제출을 거부한 채 그룹회생방법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이다.
기아그룹 고위관계자는 4일 『기아가 지나치게 몰리고 있다는 정서가 그룹내에 팽배해 있다. 자구가 잘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몰아붙인다. 직원들이 폭발직전』이라고 격양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나 여론이 기아를 일방적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회장과 기아가 채권단의 요구를 그대로 묵살하기에는 한계가 왔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부도유예협약을 개정하고 기아자동차만은 어떤 형태로든 살린다는 등 기아에 대한 분명한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김회장의 퇴진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기아그룹이 김회장 퇴진 불가의 이유로 내세운 「제3자 인수 시나리오」도 삼성의 『기아에 의사없고 해외기업 인수한다』는 선언으로 퇴색했다.
기아 내부적으로도 부품조달이 안돼 일부 생산차질이 발생하고 숙련공인 현장근로자들의 퇴직도 시작됐다. 생산차질은 물론 신차출하계획의 연기 등 전반적인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어느것 하나 기아가 더이상 버티기에는 어려운 상태다.
이에따라 기아 내부에서조차 『기아사태를 더이상 끌고갈 수는 없다』는 여론이 점차 힘을 얻고있다. 기아 협력업체들과 근로자는 물론 한국경제 전체를 볼모로 벌어지고 있는 기아사태의 해법은 오로지 「김회장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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