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 교민 현장·병원서 이틀째 밤샘봉사/진흙과 피범벅 시신수습 비지땀/신원 못밝힐까 촬영·지문채취도베트남항공 815편 추락참사 현장 캄보디아에서도 동포애는 뜨거웠다.
주캄보디아대표부 직원들과 교민들은 희생자 21명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뜬눈으로 이틀 밤을 새웠다. 을씨년스런 현장도, 밀려드는 잠도 이들의 동포애를 막을 수는 없었다.
4일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 칼메트 병원에는 사고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을 실은 차량들이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드나들고 있었다. 희생자 21명중 한국인으로 파악된 18명의 시신이 안치된 곳은 뜻밖에도 병원 교육관 1층 왼쪽에 있는 50평 크기의 강당이었다. 병원에 냉동보관실이 없어 캄보디아정부가 에어컨 12대를 급히 설치했지만 부패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였다.
이곳에서 교민 30여명은 싸늘하게 식은 동포의 시신을 염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캄보디아에는 염사가 없어 염작업에는 주로 고령자들이 참여했다. 교민들은 진흙과 선혈이 범벅이 된 시신을 소독약으로 깨끗이 닦고 교민회와 병원측이 급히 구한 포르말린으로 임시 방부처리했다. 포르말린이 모자라고 장갑 마스크 등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민들은 한마디 불평없이 신원확인에 대비, 시신을 촬영하고 지문까지 채취하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본국은 물론 캄보디아정부와 대책 등을 논의하느라 바쁜 주캄보디아대표부 직원들도 교민들을 적극 지원했다.
교민 이원길(37)씨는 『유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우리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캄보디아에서는 주로 화장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병원에 영안실과 냉동시설이 없어 더운 날씨에 시신이 더 심하게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안타까워 했다.
캄보디아교민회에 따르면 7월 내전 발발 직후 캄보디아를 빠져나간 교민 80여명이 돌아오지 않아 현재 교민은 1백20여명가량. 이중 60여명이 3일 하오 포첸통공항에 출영차 나갔던 교민들로부터 비상연락을 받고 생존자 구조와 희생자 시신 수습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민들은 주캄보디아대표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직원들과 함께 병원조, 현장조, 안내조 등을 편성, 체계적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교민회는 이날 임시영안실 앞에 분향소를 차리는 한편 프놈펜 시내 프린세스호텔 2층에 합동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또 호텔 객실을 확보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한편 유족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버스를 대기시켜 놓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있다.
이날 교민 40여명은 칼 메트병원 분향소 앞에서 30여분동안 진혼 예배를 드리며 서럽게 울어 유족과 다른 교민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교민회 김문백(51) 총무는 『사고 직후 일부 현지인들이 희생자들의 귀중품과 여권, 심지어 겉옷까지 훔쳐가 속내의에 적힌 한국상표를 보고 우리 동포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며 처참했던 사고당시를 설명했다.<프놈펜=이진동 기자>프놈펜=이진동>
◎시신 신원확인자
▲소방수(56) ▲강영식(39) ▲박광작(25) ▲김영모(39) ▲김종성(41) ▲오형석(34) ▲곽혜진(34·여) ▲오중엽(7) ▲오성혁(5) ▲박정준(40) ▲정영화(13) ▲박상철(73) ▲변영달(54) ▲현초애(52·여) ▲김성철 ▲홍성철(40)<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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