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속 수습애로 유해 군트럭 운구/대만 희생자 입관 시신 뒤바뀔 우려베트남항공 TU134기가 추락참사를 빚은 캄보디아 포첸통국제공항 주변현장은 사고 이틀째인 4일에도 여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전날의 폭우는 멎었으나 진창을 이룬 논바닥 곳곳에 검게 타버린 기체잔해들 사이에서 군·경찰까지 가세한 집단약탈이 자행됐다. 현장수습을 하던 한 교민은 『희생자들은 지니고 있던 물건까지 모두 빼앗기고 시신수습과정에서도 짐짝같은 취급을 받는 등 3번 죽임을 당했다』며 분개했다.
○…현지 주민 1천여명과 수습반으로 파견된 캄보디아 군·경은 현장에서 남은 유류품들을 찾아다니며 돈될만한 것을 찾기에 혈안이었다. 한 군인은 검정색 프로스펙스운동화를 주워 주민에게 넘겼고 다른 곳에서 여행용가방이 발견되자 주민 수십명이 몰려들어 다툼을 벌였다.
진창속에서 꺼내진 시신은 대부분 군용트럭에 짐짝처럼 실려 천 한장에 덮여진채 프놈펜시내 칼메트병원에 마련된 임시영안실로 옮겨졌다.
○…늪지처럼 변한 사고현장은 차량접근마저 쉽지 않아 조속한 수습은 아예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불도저와 크레인 등 고작 4대의 중장비가 동원됐으나 그나마 진흙에 바퀴가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한국인 희생자들의 타다만 서류와 책들도 발견됐다.
「현지합작투자환경」이라는 제목의 한 서류는 「현지의 불안한 정세 및 치안부재」 등을 지적하는 등 투자시 고려해야할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내가 다툰 남편에게 『화내지 말라』며 화해를 제의하는 편지도 반쯤 탄채 발견됐으며 지루한 여행의 읽을거리로 가져간듯한 「주병진식 돈벌기」라는 책도 눈에 띄었다. 책갈피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일가족 3명의 가족사진이 들어 있었다. 또 원광대 의료지원팀이 교민에게 주려했던 감사패도 발견됐다.
○…사고항공기의 중요운항정보를 수록한 블랙박스 3개중 2개가 3일 추락직후 몰려든 인근주민들에 의해 약탈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항공 관계자들은 이날 『현장에서 블랙박스 보관함을 발견했으나 메인박스와 음성기록장치(CVR)는 찾아내지 못했다』며 『추락 당시 주민들이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항공측은 블랙박스를 포함한 약탈물품들을 회수해 주도록 캄보디아당국에 요청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날부터 포첸통국제공항과 칼메트병원에 각 4∼5명으로 구성된 대책반을 상주시켜 사고수습에 나섰다. 주캄보디아 한국대표부와 교민 및 유가족들을 위한 합동사고대책본부는 프린세스호텔 2층에 마련됐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사고당일인 3일 밤 11시부터 4일 새벽 2시30분까지 칼메트병원에 머무르며 시종 굳은 표정으로 시신정리작업을 지켜보았다.
○…희생자 신원확인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대만 희생자들의 시신이 입관되기 시작, 시신이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온전한 상태로 시신이 수습된 희생자는 21구중 캄보디아에서 건설업을 하는 어머니 김예성(52)씨 등 가족을 돕기위해 입국하려던 박광작(26·한양대 전기공학 3년 휴학)씨 뿐이다. 나머지 신원이 확인된 시신 15구는 속내의, 신발, 신체적 특징 등을 근거로 유족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신원확인자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5일 프놈펜에 도착, 신원확인작업에 들어갈 우리 유족들중 일부가 심하게 부패했거나 불에 탄 시신을 보고 신원을 확인하지 못할 경우 대만측 유족들과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표부측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희생자 수가 21명인 대만 유가족중 상당수가 입관을 해 시신이 뒤바뀔까 걱정된다』고 말했다.<프놈펜=이진동·이동국 기자>프놈펜=이진동·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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