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은 문화재 관람료 분리징수에 대한 항의로 다음달 15일 사찰의 산문을 폐쇄키로 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국민들과 신자를 볼모로 한 극약처방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설명이 될 수 없다. 문제된 관람료 징수방법 문제는 산문을 연 상태에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국립공원과 사찰은 관리주체는 서로 다르지만 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산은 대부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고 그 안엔 반드시 사찰이 있다. 이때문에 서로의 협조가 필수인 양측이 관람료 징수방법을 둘러싸고 감정싸움까지 벌이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다.
이번 분쟁은 표면적으론 국립공원안의 일부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대폭 인상한데서 비롯됐다. 국민들의 항의로 입장이 난처해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금까지 통합징수하던 공원입장료와 사찰관람료를 분리징수하자 사찰측이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 그 전말이지만 그동안 누적된 감정도 바탕에 깔려 있다.
95년 문화재보호법의 개정으로 문화재 관람료가 자율화한 후 일부사찰의 관람료가 900원에서 1,500원 등으로 대폭 올랐다. 이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그동안 공원 입장료와 관람료를 통합징수함으로써 산에만 올라도 개인의사와는 관계없이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하는 불합리에 대한 불만도 컸다.
이같은 여론과 불만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산문폐쇄를 예고한 조계종이나 분리징수를 강행할 뜻을 거듭 비치고 있는 관리공단측의 태도도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 없다.
문화재 관람료 인상이나 분리징수는 서로를 자극하는 미묘한 사항이다. 관람료 인상은 관리공단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고 분리징수는 사찰수입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결정은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사항일수록 사전에 통고하고 협의를 거듭하는 것이 기본상식이다. 그랬더라면 이번 산문폐쇄와 같은 파국은 면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다.
이번 기회에 양측은 공동운명체로서의 협조체제를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서로의 협조 없이는 공원이나 사찰의 관리가 어렵다는 인식에서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 대화를 통해 입장료와 관람료의 합리적인 징수방법을 모색, 더 이상 국민들에게 부담과 불편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개인의사를 무시하고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불합리의 제거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국립공원이나 사찰은 절대로 어느 개인이나 단체의 것일 수 없다. 국민과 신도들을 떠나서는 그 존재가치를 찾기 어렵다. 입장료나 문화재 관람료의 설정 및 인상수준과 징수방법도 이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내밀 수 있다. 이번 분쟁도 이에 대한 이해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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