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KAL기 괌 참사 한달/괌 못떠나는 전장분 할머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KAL기 괌 참사 한달/괌 못떠나는 전장분 할머니

입력
1997.09.05 00:00
0 0

◎서진아! 어디있니…/“뼛조각이라도 찾아야 돌아가지요…”/딸 일가 모두 잃고 외손녀 시신 못찾아/“엄마찾는 재잘거림 귓전에 들리는듯”228명의 목숨을 앗아간 괌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가 발생한지 5일로 한달이 됐으나 유족들의 아픔은 가실 기미가 없다. 한국인 희생자 212명중 122명은 아직도 유해의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유족들중에는 지금도 괌현지와 서울의 합동분향소를 지키며 구천에 떠돌고 있을 가족 생각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한창 재롱을 부릴 외손녀들이 이국땅에서 불귀의 객이 되어 떠돌고 있는데 늙은이 혼자 편안히 돌아갈 수는 없소』

괌참사로 사위 내외와 외손녀 둘을 한꺼번에 잃은 전장분(62·여)씨는 『눈만 감으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이 생생한데…. 이대로 떠났다간 아련한 기억마저 깡그리 잃어버릴 것 같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외손녀 서진(3)양의 시신은 찾지 못하고 사위 김성수(39·회사원)씨와 딸 한정희(35)씨, 외손녀 서형(7)양의 장례식을 괌 메모리얼 공원묘지에서 치렀다. 『이승에서 누렸던 슬픔과 기쁨을 가족이 함께 나누도록』 합장했다. 장례식은 치렀지만 묘소에는 비석도 없고 잔디도 깔리지 않았다. 더구나 전씨에게는 외손녀 서진이의 시신을 찾아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줘야할 임무가 있다.

여름휴가를 즐기러 괌 여행길에 올랐다 참사를 당한 딸이 전씨에게 남긴 건 외손녀 서형이가 쓴 일기장이 유일하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었다. 할머니 생신이다. 할머니는 맨날 나만 좋아하신다. 생신을 축하해요』(8월2일자 그림일기). 서형이의 일기는 지난달 14일 사고여객기의 동체 중간 2등석 근처에 있던 분홍색 배낭 속에 물기를 흠뻑 머금은 채 들어 있었다.

『딸 내외와 손녀들이 자꾸 꿈에 나타나 발목을 잡는다』는 전씨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몸살을 간간이 앓는다.

지금도 괌 아가냐비치콘도에는 전씨외에 이정구(60)씨 등 유가족 9명이 남아 있다. 89위의 영정이 안치된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한결같이 『숨진 가족의 뼛조각이라도 찾아 돌아가겠다』며 출입이 통제된 사고현장 니미츠힐을 찾는다. 니미츠힐은 기체잔해가 말끔히 치워졌으나 아직도 당시의 참상이 곳곳에 배어있다.<괌=이동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