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갈수록 유연·섬세함을 요구/21C 국가경쟁력은 여성능력에 달려있다현대사회를 무한 경쟁의 사회라고 부른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우리의 무기는 우수하고 성실한 인적 자원이었다. 현재 겪고 있는 정치·경제적 어려움은 우리 인력구조의 경쟁력이 한계에 와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제는 우수인력의 폭을 두텁게 하고 질적 혁신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보유한 고학력의 우수한 여성인력은 이러한 차원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성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남자아이들은 이미 여자 짝궁 품귀현상을 겪고 있고, 이들이 성장한 2010년께에는 결혼적령기의 남자 100명중에 19명이 장가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통계보고도 나와 있다. 성비 불균형의 문제는 아들을 낳으려는 부모들의 욕심 같은 개인적인 문제로 시작되지만 이는 훗날 장가를 가고 못가는 개인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성비불균형이 심화하면 전쟁이 발생하거나 범죄율이 증가하는 등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결국 그 사회에 속한 모든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이다.
부모들이 아들을 낳으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가차없이 태내의 딸들을 가려내어 죽이면서까지 아들만을 바라도록 만드는 것일까. 조선시대 이후 우리 머릿속을 지배하는 유교사상의 영향인 뿌리깊은 아들선호사상도 큰 원인이다. 가문의 대를 이어 나가고, 일생동안 이룩한 성과를 물려주는 대상은 아들 뿐이라는 생각이 우리네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부분의 부모들 마음속에 이미 세상만사가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경험으로부터 획득되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아들을 선호하게 되는 강력한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일수록, 학력이 높은 여성일수록 아들에 대한 선호도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아마 자신의 인생 역정에서 여성 차별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성비 불균형을 낳고, 여성인력 활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만든다.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요소는 법이나 관습같은 유형 무형의 사회적 제도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에게는 호주 상속권이 없다. 이 점은 여성이 독립적인 개체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사회통념상 여성의 책임으로 남아있는 가사노동이나 육아문제도 사회진출을 원하는 많은 여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뜻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법조항 개정 등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 효력의 발휘나 운영면에서는 미흡하여 그저 법조문상의 평등으로 그치고 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불이익에 무관심하며, 왜 그런 일에 마음을 써야 하는지 의심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남성의 입장에서도 여성이 좀더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알 수 있다.
현대사회는 소프트화·다양화·개성화함에 따라 유연하고 섬세한 감성을 요구한다. 유연함과 섬세함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우월하게 보유한 특성이다. 다가오는 미래는 3F의 시대라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여성스러움(Femine) 감성(Feeling) 가상(Fiction)이 그 내용이다. 실제로 근래의 불황속에서도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은 그 72%가 매출증가를 이루어 내고 있다고 한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은 그 사회의 여성인력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어떻게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점차 현실성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여성의 권익이 많이 신장되었다는 선진 각국들도 여성인력의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성경제인 지원법이라든지, 정부 구매물량의 일부를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에 할당한다든지 그 형태는 다양하다. 혹자는 이런 지원은 남녀 평등의 단계를 넘어 남성차별이 아니냐는 불평을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 속에서 생태적인 감성이 다른 여성들은 그 능력발휘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리적인 힘이 맹위를 떨치던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의 시기를 지나 이제 바야흐로 소프트한 것들이 힘을 발하는 정보혁명의 시기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 시기는 여성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여성인력 활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 가능성을 구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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