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권위와 위계질서에 도전한다는 의미의 「지구의 여백(Unmapping the Earth)」이 주제인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미술」의 규정을 깨는 「예술의 여백(Unmapping the Art)」이 시도된다』 97 광주비엔날레의 실무를 총괄하는 이영철 전시기획실장의 말처럼 사진과 비디오, 건축의 위세가 당당해졌다.「속도」전의 압권으로 평가되는 빌 비올라 의 「교차」, 독일여성의 얼굴에 아시아, 아프리카여성의 얼굴을 중첩시켜 백인 중심의 미에 대한 보편적 의식에 도전한 로제마리 트로켈, 권력전 입구의 인상적인 비디오설치 작업인 나이젤 롤프의 「얼굴위의 손」 등 모두 26점에 달하는 비디오 작업은 양적으로 풍성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프란츠 게르쉬의 「검은 물」, 박홍천의 「엘리스에게」, 식물연출사진을 선보인 그레고리 크룻슨의 작품 「무제」, 홍콩 로마 베이루트 등 22개의 도시를 사진으로 연출한 공간전의 개별 사진작업까지 합쳐 이전 전시에는 모두 265점의 사진 작업이 선보였다.
청각을 자극하는 작업도 독특했다. 피필로티 리스트의 「나의 대양을 마셔라」에는 작가가 직접 부른 크리스 아이삭의 「더러운 게임」이 음향효과로 들어갔고, 스피커 두개로 작품을 구성한 브루스 노만의 「내마음에서 꺼져버려, 이방에서 제발 나가줘」, 가브리엘 코스타스의 「심장박동」 역시 타악기와 생활용기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작품의 주요 소재. 존 케이지, 강익중, 마리코 모리, 피터 피쉴리, 빌비올라 등의 작품에서도 소리는 중요한 모티프이다.
22개 도시의 사진 자료만으로 전시를 꾸린 커미셔너 박 경씨의 「공간」전은 이제 건축과 사진이 미술계보의 적자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이미 서구 화단에서는 설치의 유행이 지나고 비디오와 사진, 건축이 새로운 미술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 이번 비엔날레는 그러한 흐름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남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사진작가와 광고비디오작가는 왜 미술가라고 부르지 않는가. 한 때 화가였던 사람들의 비디오작품은 상업 비디오작가의 작품과 무엇이 다를까.<박은주 기자>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