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오형석씨 일가족 4명 참변/차남은 구조치료중 숨져/외교관 정강현씨,처자·장인 잃어/원광대팀 일부 일정취소 화 모면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추락한 베트남항공 TU134 항공기에는 캄보디아에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려던 종교인 일가족과 의료인, 오지에서 교민들을 돌보던 외교관의 가족 등이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번 참사는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해 충격적이다.
오형석(34·대구 서구 평리4동 1226의 10) 목사는 프놈펜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일가족이 모두 숨졌다. 부인 곽혜진(34)씨 아들 중엽(7) 성혁(5)군 등 일가족 4명이 캄보디아에 첫 발을 디딘 것은 95년 1월. 오목사 부부는 내전으로 생명조차 보장되지 않는 캄보디아에서 2년여동안의 선교활동 끝에 장로회로서는 처음으로 현지인 50여명으로 프놈펜장로교회를 세웠다.
총신대를 졸업한 오목사는 캄보디아 파견전 척추교정술과 응급처치술 등을 익혀 내전으로 부상당했거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캄보디아인들을 정성껏 치료했다. 간호사 출신인 부인 곽씨도 집으로 찾아오는 현지인 환자들을 극진히 돌봐주었다. 그러던중 7월4일 총리 2명의 권력다툼으로 소요가 발생하자 오목사 가족은 2년6개월여만에 일시 귀국했다가 내전상황이 진정되자 사고항공기에 타고 캄보디아로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오목사의 장인 곽정호(63·경북 구미시)씨는 『이국땅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남을 위해 헌신해 온 딸과 사위가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통곡했다. 오목사가 근무했던 인천 부평동부교회 우강국 부목사는 『오목사는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하루 빨리 프놈펜으로 가 정든 신도들을 만나봐야 한다며 캄보디아행을 서둘렀다』고 애통해 했다. 특히 오목사의 차남 성혁군은 이날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져 구조활동을 벌였던 한인회 관계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탑승객중 원광대의대 동창회장 김봉석(36·장항 반석의원 원장)씨와 김씨의 동서 이성민(31·원광대병원 마취과 레지던트)씨 등 6명은 4일 프놈펜국립의대를 방문, 자매결연을 맺기위해 사고항공기를 탔다 변을 당했다. 전북 익산시 모현동에 제법 큰 규모의 병원을 신축, 남편과 함께 인술을 펼 꿈에 부풀어 있던 부인 이향주(32·마취과 의사)씨는 이날 사고소식을 접하고 몸져눕고 말았다.
당초 이번 결연식에는 원광대 의대교수 5, 6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개강준비로 불참, 화를 면했다. 김씨 일행에는 원광대 의대 동창회의 의료기기 전달식 등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전북일보 서울주재기자 신용철(36·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도 포함돼 있다.
한편 주캄보디아 한국대표부 정강현(47) 참사관은 이날 부인 박정준(40)씨와 장인 박상철(74)씨, 아들 영화(13)군을 한꺼번에 잃는 슬픔을 당했다. 스위스·알제리대사관 근무를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주캄보디아 대표부에서 근무해 온 정참사관은 3월부터 부인과 아들 딸 필화(2)양 등 가족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러나 캄보디아 내전이 격화되자 정참사관만 남겨놓고 7월 일시 귀국했다가 캄보디아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장인 박씨는 노인이 장시간 비행기를 탈 경우 건강을 해친다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딸이 어떻게 사는지 봐야겠다』며 캄보디아로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정참사관의 처가에는 늦동이로 정참사관이 애지중지하던 딸 필화양이 가족들의 눈물 속에 잠을 자고있었다.<프놈펜=이진동 기자이리="최수학" 기자김동국·정진황·박일근 기자>프놈펜=이진동>
◎사고기 탑승자 명단
▲소방수(56·전북 군산시 나운동 현대2차아파트) ▲강영식(39·전북 군산시 구암동 현대아파트) ▲박광작(25·서울 관악구 신림9동 255의 97) ▲오형석(34·대구 서구 평리4동 1226의 10) ▲오중엽(7·〃) ▲오성혁(5·〃) ▲곽혜진(34·경북 구미시) ▲박정준(40·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양아파트) ▲정영화(13·〃) ▲박상철(74·〃) ▲이성민(31·전북 익산시 영등동 비사벌아파트 105동 205호) ▲홍성철(40·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72) ▲김봉석(36·충남 서천군 장항읍) ▲김영모(39·제주시 연동 266의 6) ▲신용철(35·서울 강서구 방화3동 삼익아파트 401동 102호) ▲송경열(35·서울 서초구 반포4동 현대동궁아파트 101동 1113호) ▲권용호(40·서울 강남구 대치동 511 한보미도맨션 201동 108호) ▲김종성(41·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청구아파트 610동 101호) <호치민 탑승자> ▲김성철 ▲변영달(54) ▲현초애(5·여) 호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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