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산업화·도시화 산물/1921년 뉴욕 유아의 75%가 증상영국은 물론 유럽대륙과 미국 등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구루병은 큰 문제로 떠올랐다. 산업화 자체가 구루병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급격한 산업화로 신흥 공업도시에 형성된 빈민굴의 아기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햇빛도 충분히 못쪼인 것이 원인이었다. 즉 극심한 영양결핍과 열악한 주거환경이 구루병 발생의 주범이었던 셈이다.
1921년 조사에 따르면 뉴욕 도심에 사는 1세미만 어린이의 75%가 정도차이는 있으나 구루병 증상을 보였다. 특히 흑인과 갓 이주해 온 이탈리아계 아기들은 거의 예외없이 구루병에 걸렸다. 미국의 다른 대도시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밖의 선진국도 비슷했다.
이렇듯 구루병은 다른 병들과 마찬가지로 의학적, 사회경제적, 환경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해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런 요인들이 개선돼야 했다. 우선 구루병의 정체와 원인이 밝혀져야 했다. 그 무렵 주로 영·미의 의학자들이 구루병은 비타민D의 결핍으로 생기며, 생선의 간유 등에 비타민D가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음에는 그런 발견을 대규모로 현실에 활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실제로 수많은 어린이 건강센터가 도시지역에 세워져 이같은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구루병은 불과 한 세대안에 선진산업국가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이미 해결됐는 데도 불구하고, 산업화 과정을 밟는 나라에서는 구루병이 또 생겨났다. 질병은 결코 좁은 의미의 의학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