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온통 포도밭 나들이 코스따라 포도상자가 10㎞나 이어져/20일까지가 절정/알굵은 거봉이 입안서 톡톡 터질때마다 가을의 풍요를 만끽한다9월은 포도가 익는 달. 가을로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포도는 9월 첫주부터 20일까지 절정을 이룬다.
포도는 가을을 상징하는 과일로 손꼽힌다.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알알이 익어가는 포도송이와 흰구름, 그 한쪽으로 수수이삭과 고추잠자리 몇 마리를 곁들이면 한 폭의 풍경화가 되고, 한 편의 시가 된다. 포도는 맛으로도 계절을 음미하게 한다.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까맣게 익은 포도알은 입안에서 톡톡 터질 때마다 상큼하고 시원한 단물이 넘치도록 고이면서 가을의 풍요로운 맛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청룡사가 있는 안성은 전국에서 이름난 포도산지. 포도밭 사이길로 절을 찾아가는 재미도 크다. 어느 포도밭이나 차를 세우고 들어가 값을 물으면 대답대신 맛을 보라며 잘 익은 포도송이를 하나씩 건낸다. 안성포도밭은 알이 굵은 거봉포도가 주종을 이루고 규모도 대단히 넓다. 경부고속도로 안성IC에서 안성읍에 이르는 구간과 다시 안성을 지나 일죽으로 나가는 길, 안성읍에서 남쪽으로 충남 입장포도단지와 청룡사에 이르는 구간이 온통 포도밭이다. 서운면이 경기도 끝이고 입장부터는 충청남도이다.
안성포도는 금세기 초 외국인에 의해 처음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 역사는 90년이 넘었다. 안성IC에서 안성읍쪽으로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촘촘히 걸린 현수막과 함께 수북히 쌓인 포도상자들이 10여㎞나 이어진다. 특히 안성에서 청룡사로 나가는 길은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을 바탕으로 나즈막한 야산들이 물결치듯 이어지며 포도원과 아직 철이 조금 이른 사과와 배밭이 죽 늘어서 가을 나들이길로 안성맞춤이다. 청룡사와 청룡저수지로 이어지는 339번 도로에는 서운산 줄기를 따라가며 원두막과 주차공간이 손님을 맞는다. 서운산은 경기와 충청남북도 삼도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로 청룡사의 주산이기도 하다.
산간에 높이 올라앉은 저수지는 상수원 보호구역이지만 유료낚시터로 개방돼 있고, 저수지 언덕에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앉은 청룡가든은 가족들의 쉼터로 더할 나위 없다. 장어구이와 잡어매운탕은 안성군내의 이름난 별미다.
◎청룡사/남사당 ‘바우덕이’ 애환 깃들인 곳/공민왕때 나옹선사가 개창/맑고 청량한 분위기 물씬/1910년대 남사당패 이끈 여장부 바우덕이의 고향
서운산 자락에 자리잡은 청룡사는 고려 원종 때 명본국사가 대장암으로 창건한 것을 공민왕 때 나옹선사가 청룡사로 개창했다.
청룡사사적비에는 「나옹이 여기에 와서 지혜의 해가 거듭 빛나고 자비의 구름이 광채를 냄에 이곳에 신비한 징조가 있겠다 싶었는데 과연 꽃비가 내리고 용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미소지으며 절을 창건하여 청룡사라고 이름짓고 산이름을 서운산이라고 했다」는 내력이 적혀 있다.
나옹선사는 조선건국에 큰 공을 세운 무학대사의 스승이다. 나옹은 법당에 이어 만세루 향응각 극락당을 세우고 은적 은신 청련 내원 등 4개의 암자도 지었다.
청룡사는 보기 드물게 맑고 청량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소박한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보면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것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을 맛볼 수 있다.
청룡사에는 폭 7m 길이 10m나 되는 거대한 괘불탱화가 있는데 평소에는 볼 수 없다. 수십명의 장정이 달라붙어야 겨우 움직일 수 있어 큰 재나 올릴 때 내어 모신다. 대신 감로왕탱은 지옥의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해주는 「우란분경」의 내용을 소재로 그린 것이다.
안성은 원래 남사당의 본거지로 유명하다. 임꺽정전에서 꺽정이가 안성땅을 지나다 남사당패의 놀음을 보고 한바탕 춤판을 벌여 사람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홍명희가 남사당에서 힌트를 얻어 썼을 것이다.
청룡사는 남사당 바우덕이의 애한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적비가 서 있는 절 앞 느티나무 그늘에서 마을 노인에게 남사당 이야기를 물으면 신명을 돋우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1910년대 남사당패를 이끌던 바우덕이라는 여장부는 청룡사가 있는 서운면 청룡리 산골의 불당마을에서 자라났다. 대원군시절에 노래와 춤과 줄타기로 이름을 떨치다가 신문화에 밀린 남사당패의 명맥을 마지막까지 이은 재인이었다.
청룡사 뒤편 야산에 자리잡았다는 남사당패의 거주지는 지금 흔적조차 찾을 길 없지만 바우덕이의 묘와 비석이 서 있어 옛날을 이야기한다.
◎가는 길/경부 안성IC 중부 일죽 IC로 출입/서울·중부권서 하룻길로 무난
안성으로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안성IC와 중부고속도로 일죽IC가 출입구. 안성IC에서 일죽IC로 이어지는 38번국도는 금년 여름 왕복 4차선으로 완전개통돼 고속도로나 다름없게 됐다. 안성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339번 도로도 호젓한 시골길이 절까지 15㎞에 불과해 서울과 중부권에서 하룻길로 무리가 없다. 고속버스로 안성에 도착, 시내버스를 타고 삼평교(경기다리)에서 내리면 산책을 겸해 포도밭과 바우덕이묘 등을 둘러보며 절까지 걸을 수 있다.
◎먹을거리/청룡가든의 장어구이/안일옥 설렁탕 별미
청룡사 가는 길은 포도외에도 먹거리가 넉넉하다. 안성은 예로부터 경기 내륙의 교통과 상권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시 한가운데는 40여년의 내력을 자랑하는 설렁탕집 안일옥이 있고, 일죽으로 나오는 도로변 부림휴게소의 부림가든(0334―72―3439)은 엄나무닭백숙과 훈제바비큐 모듬이 유명하다. 청룡저수지 언덕의 청룡가든(0334―73―4936)은 장어구이와 잡고기매운탕, 미꾸라지매운탕 등을 별미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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