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운필에 따라 신비로운 공간감/빛과 어두움에 대한 사유 담아별을 그리다, 아이처럼 별만 그리다 나이 마흔넷의 어느날 여행길에서 훌쩍 별로 떠나 버린 사람. 8월21일 세상을 떠난 그 아까운 화가 강용대씨가 죽어서 전시회를 갖는다.
생전에 7회의 전시회를 가졌지만 격식을 갖춘 제대로 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 해도 좋다. 세상이 이제라도 진짜 예술가 아들을 알아주기 바라는 노모의 바람과 그의 작품을 접하고 단번에 반해 버린 두명의 미술평론가 박래경, 정헌이씨의 추천으로 성사된 전시이다.
강용대는 홍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가 84, 85년 두해 동안 쾰른대에서 공부했다. 그리고는 역마살이 꼈는지 네팔 태국 인도 호주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인간이란, 우주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존재의 수수께끼는 별로 풀이된다는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왜 하필 별일까. 이렇게 묻고 싶어도 죽은 이에게는 물을 수 없는 일.
『강선생은 왜 별을 그리십니까』
『왜냐하면요, 별들도 우리처럼 탄생해서, 살다가, 죽기 때문이에요. 나는 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지요. 나는요, 화가이고 과학자이고 시인이고 싶어요. 화가이자 과학자이자 시인』 미술평론가 정헌이씨가 쓴 서문에서 생전에 그는 이렇게 별을 그린 이유를 대고 있다.
강용대의 별그림은 그 기법이 독특하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화선지에 먹과 오방색 단청이나 아크릴을 사용한다. 먹은 빈 공간, 단청이나 아크릴로는 별을 그린다. 붓의 운필에 따라 신비로운 공간감이 나타나는데 그는 28가지의 운필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그 안에는 빛과 어두움, 탄생과 철학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일요일 인사동에 좌판을 깔고 신세 진 이들에게 빚을 갚는 마음으로 500원짜리 빵을 10원에 한개, 1원에 두개씩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았던 사람. 한달에 12만원으로 아버지 강학진(81)씨, 어머니 오귀분(79)씨와 생활했고 밥대신 술 마시기를 좋아해 결국 급성간암으로 갑자기 세상과 이별했다. 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산갤러리(02―735―6317)에서 열리는 유작전에는 그가 남긴 900여점 중 대표작이 그를 대신해 자리를 메운다.
개막일 하오 5시 갤러리에서 마련되는 개막식에는 『강용대여, 강용대여 그 작은 체구 속에 크고 컸던 사람이여!』라며 고인을 기리는 시인 김사인의 추모시 등 그를 기리는 조촐한 자리도 준비된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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