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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화염… 피범벅 “생지옥”/베트남기 추락­참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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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화염… 피범벅 “생지옥”/베트남기 추락­참사현장

입력
1997.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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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속 시신·기체잔해 즐비/한국인 3명 예약후 먼저떠나 화 면해/구조대원이 귀중품 챙겨 달아나기도포첸통공항 인근 베트남항공 815편 추락사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직후 생존자 구조나 부상자 후송 등 사고수습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채 탑승객들의 소지품을 훔쳐가려는 약탈자들이 몰려들었다. 현지 경찰은 사고 후 4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배치됐다.

○…비행기는 추락당시의 충격을 입증하듯 화염에 휩싸인채 동체가 3부분 이상으로 동강났다. 특히 폭발당시 충격으로 꼬리부분 외는 기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기내에서 튀어나온 시신들이 10여m까지 날아가 흩어져 있었으며 폭우에도 불구하고 현장 곳곳에 사망자들의 선혈이 낭자했다. 사고기는 추락 후 1시간 이상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추락 현장에 있었던 한 목격자는 『시체 일부가 몸이 꼬이고 삐틀리는 등 끔찍한 모습이었다』며 현장 모습을 전했다.

○…추락사고 현장은 불에 검게 그을린 기체 잔해와 시신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구조대가 희생자들의 소지품과 여권 등을 주워모아 신분을 확인했다. 그러나 사고 지점으로 통하는 길이 좁고 진흙탕인데다 몰려나온 구경꾼들과 뭔가 훔칠 것을 노리는 사람들로 가득차 구조 요원들의 접근과 소방차 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현장에는 1백여명의 군경이 긴급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숨진 탑승객들의 지갑과 전자제품 등을 훔치려는 어린이와 좀도둑들이 몰려들어 구조 작업이 지연됐다. 한 목격자는 좀도둑들이 승객들의 시신에서 지갑을 빼내고 흩어진 짐과 옷가지, 심지어는 전자제품까지 훔치느라 혈안이 돼있었다고 전했다. 현장에 긴급구조를 나섰던 한인들은 『일부 약탈자들은 손수레로 시신을 싣고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장에 급파된 공항구조대원 중 일부도 죽거나 혹은 죽어가는 승객들의 몸을 뒤져 귀중품을 약탈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폭로했다. 추락당시 포첸통공항에 있었던 한 프리랜서 사진작가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면서 『그들은 희생자들 사이로 비집고 다니며 귀중품을 약탈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5∼6명의 구조대원만이 불타고 있는 기체안에서 생존자들을 끌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공항구조대원들이 사고현장에 달려가 달러와 여권, 보석가방, 심지어는 승객의 옷가지들까지 챙겨 달아났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의 유일한 생존자는 차나윳 님아농이라는 태국의 한살난 남자아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기는 어머니와 함께 사고기에 탑승하고 있었으며, 다리에 골절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탄 어머니는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아버지는 당시 포첸통공항에서 이들 모자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사고기에 탑승한 한국인 21명은 이날 상오 김포공항에서 B767편으로 출발한 18명과 호치민에서 추가로 탑승한 변영달 현조애 김성철씨 등 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호치민에서는 강용원 이시백 이육만씨 등 3명도 사고기에 예약을 했으나 2시간 전에 출발한 베트남항공 813편을 이용하는 바람에 화를 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서울에서 함께 B767편으로 호치민까지 갔던 채건성씨와 추연칠씨 등 2명은 호치민에서 하이퐁으로 가는 여객기로 갈아탐으로써 사고 여객기 희생자들과 운명이 갈렸다.

○…서울 중구 순화동 순화빌딩 5층에 위치한 베트남항공 서울영업소는 증 티엔 롱(38) 지점장을 본부장으로 유가족 대책본부를 설치키로 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으나 느닷없는 대형참사에 크게 당황한 듯 취재진의 질문에 함구로 일관한 채 회의실에 들어가 1시간여 동안 대책회의를 가졌다. 사회주의국가 항공사고라는 특성 때문인지 사고발생 5시간이 지나도록 탑승객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 폐쇄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직원들은 『명단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본국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에는 공개할 수 없다』며 한동안 발표를 거부하기도 했다.<프놈펜=이진동 기자·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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