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탈취 ‘군작전 방불’/대낮 복면없이 기습/가짜신분증 검색 통과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대규모 강도사건이 발생, 스위스는 물론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이들 5인조 강도는 이날 상오 10시 37분 취리히 도심의 구시가지 프라뮌스터교회 인근의 우체국을 습격, 5억3,000만 스위스 프랑(약 330억원·약 3,700만달러)을 털어 도주했다(본보 3일자 2면보도).
이들은 훔친 우체국 차량 번호판과 표지를 단 피아트사의 밴을 몰고 가짜 신분증을 보이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우체국의 영업창구 안으로 들어갔다. 강도들은 총으로 직원들을 위협, 스위스 국립은행(중앙은행)으로 수송하기 위해 쌓아둔 현금 보관박스를 차량으로 옮기게 한 뒤 많은 차량들 속에 묻혀 유유히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으며 현금을 터는데 걸린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범인들은 현금다발이 밴에 넘치게 되자 약 1,700만 스위스 프랑(1,100만달러)은 버리고 갔다.
이들은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용의주도한 준비와 사전연습을 한 것 같았으며 대낮인데도 얼굴에 마스크나 복면도 하지 않는 등 대담성을 과시했다. 스위스 경찰 대변인도 이들의 범행과 민첩한 행동에 대해 『군특수부대처럼 정확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찰은 사건 발생후 현상금까지 내걸고 대대적인 추적에 나섰으나 범인들과 범행 차량의 행방에 관한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수사관들은 이번 사건이 미해결인채로 남아있는 90년의 제네바 은행 2,500만 달러 강탈사건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범인들이 외국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내국인은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 수송을 위해 중앙은행의 무장호송 트럭이 대기중인 순간을 틈타 일을 저지른 점과 현금 수송절차 및 우체국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우체국내에 정보를 제공한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또 폐쇄회로 카메라에 찍힌 범인들의 얼굴이나 모습 등을 토대로 비슷한 사건의 용의자 및 목격자에 대한 탐문 수사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강탈당한 금액은 스위스 국내 최고 기록에 해당하며 63년 8월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영국의 15인조 「대열차강도」가 탈취한 263만 파운드(현시세로 2,100만달러)를 능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네스 북은 87년 런던의 한 은행에서 7,200만 달러가 털린 사건을 「최고」로 기록하고 있어 사상 최대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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