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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과외 무엇이 문제인가/한준상 연세대 교수(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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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과외 무엇이 문제인가/한준상 연세대 교수(전문가 진단)

입력
1997.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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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없는 대학입시 훈련 연장/중등교육 발전과는 거리 멀어위성과외의 출발이 꽤나 성공적이었다. 교육행정 당국자들이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언론들도 방송시설과 내용을 보강하면 위성교육방송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정치권이 지금처럼 나서서 지원해 주면 부족한 장비나 미흡한 인력들은 곧 보강될 것이니 위성과외 운영에는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술 더떠 이제부터는 사교육비가 상당히 줄어들고 학교교육도 정상화할 것이라고 기뻐하고 있다.

이런 지나친 기대는 대학입시문제를 푸는 해법을 위성과외로부터 찾아냈다는 확신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사실 그런 확신이나 예찬들은 위성교육방송을 위해서는 별로 득 될 것이 없다. 그 언젠가는 그런 예찬들이 위성교육방송의 발목을 잡아채는 족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살리려면 역설적으로 「위성과외」만큼은 오히려 실패해야 할는지 모른다. 위성교육방송 자체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라 위성교육방송의 내용이 바뀌고 철학이 새로 서야 한다는 말이다. 위성교육방송은 그 나름대로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과 평생교육 도구로서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 그러나 위성과외는 「입시교육」의 연장이며 모사품이기 때문에 그렇다. 위성과외는 대학입시를 위한 입시훈련의 연장이지 중등교육의 완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하루 13시간 이상을 학과수업, 학교과외(보충수업), 다시 텔레비전과외에 붙들려 있을 학생들이 안타까워서만은 아니다. 위성과외는 대학입시 문제의 해법도 아니며, 중등교육의 건실한 발전을 위한 대안도 아니다.

전파 논리에 따라 교육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과 교육적 논리로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지금의 방송사에 교육의 논리대로 모든 프로그램을 편성해서 방송하라고 하면 아마 모조리 문을 닫아버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위성교육방송이 미디어로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과 교육으로서 성공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 국책과외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도 그리 자랑할만한 일이 못된다. 입시교육에 관한한 문민정부 초기에 내세웠던 교육개혁의지가 점차로 퇴색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5·6공화국 교육정책보다 나아진 것이 없게 되었다는 자조의 소리도 들리는 지경이다.

원래 텔레비전 방송과외의 시작은 6공화국의 작품이다. 국민의 합의 없이 실시한 5공화국의 과외금지조치를 풀어내기 위한 방책이었다. 「자기 자식 자기 돈으로 과외시키는 사람을 죄인으로 잡아 가두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인가」라는 일부 중산층 학부모들의 표 유혹에 못이겨 그 당시 문교부장관이 취한 절묘한 조치였다. 고액과외 때문에 생기는 계층적인 위화감을 염려해서 중산층에게는 고액과외, 서민에게는 방송과외라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사정이 그렇기는 했어도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국책과외를 독려하지는 않았다.

입시문제에 관한한 이 정부는 무기력한 듯하다. 그런 낌새가 바로 과잉보호론적인 입장에서 잘 드러난다. 위성과외같은 조치로 인해 사교육비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간절한 듯하다. 그러나 위성과외가 서민의 가계를 가볍게 만들어 주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과외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누구나 똑같이 배우는 학교교육으로는 대학 입학이 어려워서이다. 학교교육이 불충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학생이 일류대학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사립과외가 또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과외 흥망사가 잘 입증해준다.

정부의 계산대로 위성과외가 성공하려면 위성과외가 일류대학의 입학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90년대 초반처럼 위성과외방송에 수능시험 예상문제가 방영되어야 한다. 당시 교육방송 담당기관에서는 학력고사의 몇 %가 교육방송의 내용과 유사하게 출제되었다는 식으로 시청률을 높이려고 하다가 빗발치는 세간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중단하였다.

이런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확신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사교육비가 줄어들면 국가교육의 질은 낙후된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 국민의 교육열을 제대로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중 한가지가 바로 대학정원령의 전면적인 해제이다. 대학평준화 조치를 위한 국민적인 동의를 얻어내는 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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