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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4명중 3명 일자리가 없다/취업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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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4명중 3명 일자리가 없다/취업대란

입력
1997.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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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부도·구조조정으로 50대 재벌 올 채용 20% 감축/80년이래 최악 시즌을 예고/대졸자 20여만명이 집에서 놀아야하는 ‘시한폭탄’으로 남는다수년전부터 시작된 취업난이 올들어 더욱 악화, 「취업 공황」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한보사태에 이은 재벌의 잇단 부도 등으로 경제 전반에 찬바람이 밀려 오면서 취업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의 기업은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할 움직임인데다 정규직을 줄이고 임시직을 늘리는 등 고용의 질조차 악화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취업전선은 꽁꽁 얼어 붙고 있다. 이번 취업난은 80년 이후 17년만에 최악의 사태가 될 것이라는 등 전문가들의 진단도 하나같이 우울하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각종 취업관련 지표는 보기만 해도 눈앞이 캄캄하다. 취업정보지 월간 리크루트에 따르면 올 하반기 취업 희망자는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 17만2,000명과 취업재수생 12만5,000여명, 전직 희망자 2만여명 등 총 31만7,0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의 27만3,000여명보다 4만여명이 불었다.

반면 기업이 흡수할 수 있는 인원은 7만8,000여명에 불과해 취업 경쟁률은 사상 최고인 4대 1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3대 1이었는데도 「얼어 붙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따른 미취업자는 지난해 15만명에서 8만명이나 늘어 난 23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50대 그룹은 93∼95년 매년 20%이상 신규 채용규모를 늘려 오다가 지난해 거꾸로 14.3%를 줄인 데 이어 올해에도 20% 가량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도를 낸 기업이나 「부도유예 협약」이 적용되는 그룹은 아예 신규채용을 생략할 움직임이다. 50대 그룹 가운데 80% 이상이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본격적인 인력 감축 조짐이 예상된다.

고용의 질도 크게 악화하고 있다. 이미 올초부터 정규직 근로자가 줄고 일용·임시직 근로자가 급증했다. 기업이 인건비 절약을 위해 고용 형태를 변화시킴에 따라 나타난 이같은 고용의 질적 구조는 한번 자리잡히면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취업 희망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대학 취업담당 실무자들이 느끼는 체감 지수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서울 K대 취업정보실장. 『한마디로 무대책입니다. 올해 학교로 날아 온 추천서가 지난해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어요. 업체의 질까지 고려하면 3분의 1밖에 안되는 수준입니다. 그나마도 계획대로 다 뽑을 것인지 의심스럽고요. 바늘구멍이 아니라 아예 땀구멍이예요. 참담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라고 학생들을 격려하지만 돌아서면 허탈합니다』 서울 S대 취업담당자는 『대기업이 채용 인원을 20% 정도 줄인다고 하지만 중상위권 대학이 피부로 느끼기로는 50%쯤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대는 더욱 열악하다. 국립 K대 취업담당자. 『지난해에는 기업들이 여름 방학때도 추천의뢰 공문을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거의 없어요. 기업체들이 인터넷이나 PC통신망에 슬쩍 모집공고를 올리고는 우리에게는 알려 주지도 않습니다. 지방 사립대는 아예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국립 J대 취업담당자. 『경기가 가라 앉아 기업이 채용규모를 줄이는 것도 걱정이지만 상시채용을 늘린다는 소식이 더욱 불안합니다. 상시채용을 하면 지방대 졸업예정자들에게는 응시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거든요. 온통 우울한 소식뿐입니다. 응시 원서가 몰려 오기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졸업을 앞둔 대학 4년생들은 더욱 바빠졌다. 학교와 교수만 쳐다보고만 있을 수 없어 여기 저기 정신없이 돌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영어와 제2 외국어, 컴퓨터 등 취직을 위한 「과외」에도 바쁘다. 취직 공부에 바쁜 자녀에게 벌어서 비용을 충당하라고 할 수도 없어 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늘었다. 『대학을 가면 그만이려니 했지, 취직 과외까지 시켜야 할 지는 몰랐다』는 푸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취업난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오래 가리라는 전망이다. 미취업 대졸자가 20만명을 넘어서는 어두운 예측이 언제쯤 밝은 전망으로 돌아설지 기약이 없다. 5년만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미취업 대졸자가 100만명을 넘어서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시한 폭탄」이 될 전망이다.

사태가 이렇듯 심각해진 것은 정부의 둔한 경제 정책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근시안적인 대학 정책도 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81학년도에 졸업정원제를 도입하고도 애초의 방침과는 달리 거의 모든 학생을 졸업시켜 대졸자를 마구잡이로 늘렸다. 이 때문에 80년대말부터 대졸자 취업 시장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두드러졌다. 90년대 들어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고용이 위축되는데도 대학생은 늘어 나기만 했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책임도 거론된다. 『기업이 내실을 다지기 보다는 외형적 팽창에 치중해 온 결과 경쟁력을 상실해 주기적인 경기 변동에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체질을 갖게 됐다. 거품을 빼야 할 부분이 즐비한데도 정작 위기를 맞아서는 우선 편한 인건비 절감만을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닥쳐 올 취업대란은 경기적 요인과 산업구조적 요인이 겹쳐진 복합 고용불황』이라고 진단한다. 더러 연말 대선 이후의 경제 분위기 변화 등에 대한 기대를 표하기는 하지만 확신이 담겨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눈앞이 캄캄해서만일까.<조재우 기자>

◎이렇게 대비하자/올 하반기 대기업 동시채용 폐지/각 기업 취업정보 수시 체크/이력서 등 필요한 서류 미리 작성

본격적인 취업전쟁을 코앞에 두고 이제 와서 특별한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취업을 앞두고 주의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지적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1. 금년 하반기 채용에서 가장 큰 변화는 모든 기업이 12월 어느날 한꺼번에 시험을 실시하는 이른바 동시채용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이다. 각 기업이 나름대로 시기를 잡아 신입사원을 뽑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언제, 몇명을, 어떤 방법으로 뽑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2. 현대 대우 LG 선경 한화 제일제당 청구 삼환기업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30여개사가 상시체용제를 채택하고 있다. 특정한 시기에 사람을 뽑지 않고 연중 좁다란 채용 창구를 열어 놓고 있는 이런 기업에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각종 자료를 미리 미리 넣어 두어야 한다.

3.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채용이 늘고 있어 사이버 채용 정보를 주시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입사지원서를 받는 기업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까지 생겨나고 있다.

4. 많은 기업이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토익(TOEIC)이나 토플(TOEFL) 점수로 영어 시험을 대체하면서 면접시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면접 시험을 2회 이상 실시하는 회사도 많고 우방그룹의 경우는 1차면접에서 두시간여의 술자리 면접시험을 실시하기도 한다. 면접시험에서 당당하고도 겸손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5. 필요한 서류를 미리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접수 마감시간에 쫓기면서 허겁지겁 입사지원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마다 소정 양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내용은 미리 만들어 놓아 곧바로 옮겨 쓸 수 있도록 해 놓아야 한다.

6.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으로 진출을 원하는 사람은 특히 주변 선배 취업자나 대학 취업보도실, 취업관련기관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채용 규모도 작고 채용시기도 불분명해 짧은 기간에 채용이 끝나는 예가 많으므로 해당 기업에 다니고 있는 사람의 서랍에 이력서 한통 쯤은 미리 넣어 두는 것이 좋다.

7. 끝으로 대학 3학년 이하의 학생들은 지금부터 금년 하반기 취업 전쟁을 눈여겨 보고 나름대로의 취업 프로그램을 짜 두는 것이 좋다.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을 갖추어 나가는 노력은 특히 중요하다. 인기있는 자격증을 따 놓는다든지 토익 또는 토플 성적을 높게 받아 둔다든지 해야 한다. 이는 입사 시험에서도 유리하지만 입사후 명예퇴직 등 거센 인력 정비 바람을 맞을 때도 든든한 보루가 된다.<김태선 월간 리크루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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