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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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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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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우리와 별 관련도 없는 마릴린 먼로나 재클린 등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잘 알고 있는 것일까』 10년전 일본 도쿄의 게이오(경응)대학 신문학 강의시간. 『그것은 국제매스컴이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종속돼 있기 때문』이라고 교수는 자답했다. 연일 다이애나 영국왕세자비의 비극적 사망소식과 속보가 전해지고 있다. ◆선망받던 결혼과 이혼, 국제봉사활동을 통한 변신, 젊은 나이다운 로맨스 등으로 늘 화제의 초점이 돼 온 그의 사망은 전세계의 큰 뉴스가 되었다. 그러나 언론의 이러한 훤소에는 일본 교수의 주장처럼 국제 매스컴의 왜곡된 흐름도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 교수는 일본 언론이 구미에 종속돼 있음을 개탄했지만, 우리 언론은 다시 일본의 그늘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일본인이 우리 문학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우리는 미시마 유키오(삼도유기부)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천단강성) 등에 대해 알고 있다. ◆미시마는 70년 군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자살한 극우파 작가이며, 그의 스승격인 가와바타는 그 2년뒤 가스자살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다. 요즘 일본언론은 이 두 작가가 26년간 주고받은 편지가 처음 공개되었다고 야단이다. ◆할복 1년전 미시마가 스승에게 보낸 편지에는 「70년」을 향해 조금씩 준비를 해왔고 이런 운동에 몸과 머리와 돈을 쏟아붓는 것은 처음이며,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가족의 명예라는 것 등이 쓰여 있다. 일본은 왜 다시 미시마의 극우적 망령을 되살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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