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엔 풍요의 비극 북녘엔 빈곤의 비극이…”「예전에야/ 한양에서 아침 먹고/ 평양에서 저녁 먹고/ 나귀를 타고도 하룻길/ 지금은 반세기가 넘어도 철벽처럼 오갈 수 없는 길」(「느낌표로 서 있는 군사분계선 팻말」에서). 나귀 타고도 하룻길이던 한양―평양길은 가시철망으로 막혀있지만 시인의 마음은 그 길을 늘 넘나든다. 재중동포 시인 김철(김철·65)씨가 「서울과 평양 사이/ 통한의 거리를/ 흘림체로」한편 한편 쓴 시를 묶은 「북한기행」(문학사상사 발행)이 출간됐다. 김씨는 95년 4월과 96년 4월 두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휴전선 상감령과 옛 왕도 개성, 개마고원과 청천강 등 반쪽 조국을 돌며 읊은 시 60여편이 실린 「북한기행」은 분단후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로 나온 북한기행 시집이다.
김씨는 중국작가협회 중앙위원으로 중국내 55개 소수민족을 대변하는 문학지 「민족문학」의 주필이자 중국정부로부터 「국가 특수공헌상」과 「계관시인상」을 받는 등 최고의 영예를 누리는 시인. 『이 아름다운 (북녘의) 땅을 남쪽의 형제들이 같이 보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에서 쓴 시들입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지인들이 북한을 돌아본 소감을 물으며 너무들 궁금해 하더군요』 북한에서 그는 망명하기 전의 황장엽 비서도 만났고, 김일성이 묵었던 금강산호텔의 방도 제공받는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그 역시 실향민(전남 곡성이 고향)이자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간다. 꿈에 그리던 금강산의 절경도 보고 비바람 천년의 세월을 견딘 선죽교 돌다리도 밟아보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그곳의 보통사람들이었다. 「시름을 / 물에 말아/ 끼니로 에우고/ 아픔을 씹어/ 속으로만 삼키며/ 가난을 기워서/ 하―얗게 바래우는/ 비단 같은 그 마음/ 열두 폭 치마」의 「평양 아줌마」의 인고였다. 시집 출간차 방한 중인 김씨는 『남녘엔 「풍요의 비극」이, 북녘엔 「빈곤의 비극」이 휩쓸고 있다. 하루속히 통일을 성취하지 않으면 조국은 죽음과 오염과 쓰레기더미로 뒤덮인 폐허로 변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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