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을 따고도 왠지 불안해 성형수술까지취업 전쟁이 「고3병」보다 더한 「대4병」을 낳고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기 위해 다양한 「실력 쌓기」에 열중하고 있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원을 전전하는 것은 대학 4년생의 전형적인 모습. 한 명문 사립대 영문학과 4학년 K씨(26)는 취직을 위해 빠듯한 시간을 쪼개 일본어 학원을 다닌다. 영어만으로는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이다. 『토익(TOEIC)은 기본이고 제2외국어를 2개 이상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어학실력을 늘리고 경험도 쌓을 수 있는 해외연수가 대학 졸업 이전의 필수 과정이 된 지도 이미 오래다. D대 무역학과 4학년 염준성(25)씨는 『해외연수를 갔다 와도 추천서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한다. 『우리과에서만 10여명이 해외연수를 다녀 왔어요. 저도 조바심에서 지난해 1년간 아예 휴학을 하고 미국 롱비치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했어요. 하지만 한 과에 10장 정도 들어 오는 대기업 추천서는 학점도 좋아야 해 사실상 포기했어요』
고시나 공인회계사 시험 등 오랜 노력이 필요한 시험 대신 단기간에 취득이 가능한 자격증 시험을 겨냥하는 학생도 많다. 비명문대와 지방대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이런 자격증 취득붐이 뚜렷하다. 대구의 한 사립대 법학과 4학년인 P씨(26)는 『4개월 정도 투자해 공동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딸 계획』이라며 『3, 4개월만 투자하면 취득할 수 있는 물류관리사 손해사정인 환경기사 등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에 대비하는 발걸음도 분주하다. K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S씨(25)는 『면접시험 준비를 위해 여름방학 동안 웅변학원에 다녔다』고 털어 놓았다.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성형수술도 늘고 있다. 경희의료원 성형외과 양원용 과장은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많은 학생들이 얼굴을 고치려고 찾아온다』며 『남학생은 주로 얼굴의 흉터를 제거하고 여학생은 여러 부위를 고친다』고 귀띔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취업률 높이기 고민하는 상아탑/교수들 기업체 방문 홍보/기업요구 맞춘 교과목 확대 등/‘제로섬’ 게임 생존전략 박차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인기가 떨어져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지 못하면 취업률은 다시 떨어 지게 마련이다. 이 악순환을 막기 위해 대학 당국과 교수가 뛰고 있다.
전북대는 장명수 총장이 1,000여개의 기업체에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일부 기업에 직접 전화를 걸어 취업을 부탁하고 나섰다.
또 지난 여름 방학중에도 60여명의 교수에게 전국 기업 인사담당부서를 방문토록 했다. 각 기업 인사부서에서 일하는 동문을 초청한 취업설명회를 올 상반기에만 12차례나 열었다.
경희대는 올들어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교육과정개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학 교과과정을 취업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부 교과과정이 너무 이론에 치우쳐 사회에서 쓰임새가 없어 컴퓨터나 어학 등 취업에 필수적인 교과목을 늘려야 한다는 인식에서였다.
일부 교수들이 반대했으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으로 돌파했다. 또 졸업자격요건화제도(CRS)를 도입, 영어와 컴퓨터 등의 실력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기로 했다.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각종 설명회나 모의 면접시험도 실시하고 있다.
서강대는 언론사와 제휴해 취업설명회를 여는 한편 면접특강과 적성검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졸업생들을 초청, 재학생들에게 취업 경험을 들려주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또 평생지도교수제를 도입, 취업에서 회사 생활에 이르기까지 교수가 조언하도록 했다.
전남대는 기업설명회와 취업박람회 등을 최대한 유치하는 한편 되도록 많은 교수를 일선 기업체에 보내 학교를 소개하고 취업을 부탁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학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취업률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취업 경쟁이 「제로섬」게임이어서 어느 대학 취업률이 올라 가면 그만큼 다른 대학의 취업률은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취업을 둘러싼 대학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조재우 기자>조재우>
◎‘눈높이 낮춰라’ 하향지원 바람
「눈높이를 낮춰라」 취업난 시대 취업 준비생들의 절박한 생존 전략이다.
하향 지원의 주요 타깃은 하급 공무원직과 중소기업. 특히 7,9급 공무원직은 안정성을 이유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같으면 대기업 낙방 후 차선책으로 고려하던 이런 일자리를 아예 처음부터 겨냥하고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8월28일 마감된 서울시 7, 9급 지방공무원 공채시험 원서접수. 마감일이 닥치면서 각 구청에 마련된 접수창구는 몰려 든 지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마감 결과 총 44개 직종, 953명 채용에 3만4,817명이 몰려 36.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경쟁률 12.8대 1보다 3배 가량 높다.
부문별로는 일반행정직 7급이 155.3대 1, 일반행정직 9급이 4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여성 지망생들이 몰리는 보건행정직 9급은 214.9대 1, 간호직은 101.5대 1, 사서직 9급은 80.5대 1의 평균경쟁률을 크게 뛰어 넘는 경쟁률을 보여 여성 취업난을 여실히 반영했다.
중소기업도 더 이상 2순위가 아니다. 지난 5월의 중소기업 채용박람회 때는 360여개 중소기업에 15만5,0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중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7,000여명에 지나지 않아 22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취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명문대 출신이었다.<황동일 기자>황동일>
◎‘구직전쟁 사령탑’ 대학 취업정보실/기업설명회·모의면접에서 용모·옷차림까지 조언/서울대도 올해 첫 개설
해마다 취업시즌이 되면 취업 준비생도 아니면서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취업 경쟁의 사령탑인 각 대학 취업정보실 취업담당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올해는 「취업 공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취업난이 예상돼 이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취업설명회, 동문기업 방문 등 기존 전술 외에도 취업률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갖가지 묘책이 나오고 있다.
한양대 취업지도과 이동렬(45) 계장. 그는 요즘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출장중일 때가 더 많다. 2학기 개강과 함께 시작된 취업시즌을 맞아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기업 인사담당자들과의 면담 말고도 취업설명회 유치, 취업상담 등 할 일이 산더미다. 그는 『취업시즌이 대충 끝나는 12월까지 개인 생활은 일체 포기할 각오』라고 말했다.
한양대는 이달중에 가칭 「취업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각 기업 인사팀이 상주할 공간을 만들어 상시채용에 대비할 방침이다. 비디오 카메라, 녹화장비 등 시청각 기재를 두고 모의면접시험을 실시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모의면접 시험 장면을 일일이 촬영해 녹화테이프를 개개인에 제공해 활용하도록 하고 코디네이터를 두고 용모와 옷차림 등에도 조언을 할 방침이다.
연세대는 「집단직업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광고회사, 외국인 회사, 증권회사 등 전문직종을 중심으로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세부 취업준비 전략을 학생들에 일러 준다. 건국대는 동문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취업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취업정보와 실전 전략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울산대는 각 기업의 면접강화 추세에 발맞춰 요즘 유행하는 감성지수(EQ)조사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서울대도 8월27일 마침내 취업정보실을 열어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졸업예정자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을 위한 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아주대는 95년부터 졸업생 재교육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고 한국외국어대는 이번 학기부터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달에 한번 경영학의 신조류를 소개하는 특강을 하고 있다.
이밖에 취업지도 전담교수제나 취업재수생들을 위한 취업은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한양대 이동렬 계장은 『취업정보실을 아르바이트 소개 창구 정도로 잘못 알고 있는 학생들이 아직 많다』며 『취업정보실을 잘만 이용하면 취업에 상당히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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