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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애도하는 이유/이장훈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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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애도하는 이유/이장훈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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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31일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사망소식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 미국 등 전세계 주요 언론들이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사망관련 기사를 연일 톱기사로 보도하면서 파란만장했던 그의 일생에 대한 특집기사도 게재하고 있다.영국 국민은 다이애나의 사망이 2차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 총리의 사망이후 가장 슬픈 일이라며 비통에 잠겨있다. 버킹엄궁과 다이애나의 거처였던 켄싱턴궁 앞에는 추모의 꽃다발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전세계가 이처럼 다이애나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이애나는 81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할 때부터 세계의 이목을 끌어왔다. 평범한 한 처녀가 신데렐라처럼 왕세자비가 된 스토리는 감동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다이애나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에 대서특필됐으며 특히 그와 찰스의 스캔들이 불거져 결국 지난해 이혼할 때에는 절정에 달하기도 했다. 전세계의 많은 여성들은 신데렐라에서 불륜으로 인한 비극의 주인공이 된 다이애나를 동정했다. 일부 처지가 비슷한 여성들은 다이애나가 「왕세자비」의 직함을 유지한 채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스캔들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다이애나가 그동안 공인으로서 각종 자선활동을 주도,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세계는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빈자와 병자, 약자의 대변자를 잃게 됐다』라고 애도할 정도다.

결국 「인간 다이애나」는 비록 사적으로는 품행을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공적으로는 훌륭한 사회활동가였다는 뜻이다. 따라서 개인을 평가할 때 공사의 구분을 엄격하게 하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서양세계의 가치관으로 본다면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죽음은 너무나 슬픈 사건일 수 밖에 없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오나시스가 사망했을 때 미국민이 슬픔에 빠졌던 때와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사를 분명하게 구분지어 한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 과연 우리의 가치판단과 맞는 지는 차치하고라도 일방적으로 다이애나의 죽음을 한 불륜사건의 종말쯤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오히려 선정주의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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