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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울려퍼진 ‘동방의 선율’/우즈벡 사마르칸트 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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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울려퍼진 ‘동방의 선율’/우즈벡 사마르칸트 음악제

입력
1997.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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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길로 연결된 31개국 음악가·학자 등 참여/전통음악경연·학술회의 국내 2팀 사물놀이 등 선봬「동방의 로마」 「동방 이슬람세계의 진주」로 불렸던 도시가 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 사마르칸트가 그곳이다. 2,5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유서깊은 도시는 실크로드의 교차로, 사막의 오아시스에 건설돼 예로부터 동서문물이 만나고 수 많은 시인과 과학자들이 몰려드는 문화중심지였다. 반짝이는 푸르고 둥근 지붕과 정교한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된 크고 아름다운 회교식 건물들이 예전의 영화를 웅변한다.

실크로드를 통해 오갔던 동방의 음악이 사마르칸트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달 26일 하오 7시 사마르칸트 한복판 레기스탄광장. 31개국 300여명의 음악가와 학자, 그리고 3,5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실크로드의 부활을 선언하는 제1회 「샤르크 타로날라리」(「동방의 춤과 음악」이란 뜻) 국제음악축제가 시작됐다. 사막의 밤공기를 가르는 시원한 바람을 타고 2시간 동안 개막식이 펼쳐졌다.

중세 회교대학으로 쓰인 세 개의 2층짜리 건물이 디귿자 꼴로 배치된 광장 중앙 지름 약 40m의 원형무대에서 실크로드와 우즈베크의 역사를 축약한 춤과 노래가 공연됐다.

중앙아시아의 사막과 초원을 지나고 눈덮인 파미르고원을 넘어 동서를 오가던 캐러번이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음악을 싣고 레기스탄광장에 모인 셈이었다. 14세기 말에서 15세기 중반 우즈베크 역사의 황금기를 이룩했던 아무르 티무르대제 이후 레기스탄광장은 모든 공공활동의 중심이었다. 사마르칸트를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수도로 만들고 싶어했던 대제의 꿈은 그로부터 약 600년이 지나 화려한 국제음악축제로 피어났다.

한국은 국립국악원 연주단과 쌍용양회 사물놀이팀이 참가했다. 음악가들은 사마르칸트 시내 다섯군데 야외무대에서 다양한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레기스탄광장에 모여 경연을 벌였다. 한국은 경연 첫번째 순서로 27일 유미리씨가 판소리 흥보가를 부르고 이준아씨가 가곡과 시조를 했다.

이집트 인도 카자흐스탄도 이날 경연했는데 나라마다 음악이 크게 달랐다. 이집트는 전통악기와 첼로, 바이올린이 함께 편성된 앙상블로 이채를 띠었고 인도는 목의 기교와 다양한 리듬, 카자흐스탄은 고원지대의 외침같은 시원스런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8월28, 29일 「동방의 음악전통」을 주제로 아프로시압 호텔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권오성 한양대 교수(국악과)는 「한국음악과 실크로드의 관계」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31일은 우즈베키스탄이 옛 소련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 6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이를 기념하는 갈라콘서트가 벌어졌다.

1일, 사마르칸트는 일주일간의 축제의 날개를 접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샤르크 타로날라리」 국제음악축제를 사마르칸트에서 2년마다 개최할 계획이다. 유네스코는 이번 축제를 2장의 CD로 제작, 세계민족음악 시리즈 음반콜렉션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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