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전 그리스 비극의 참맛「트로이의 여인들」 한·미 합동공연팀은 허리를 굽히고 노예처럼 끌려가면서 기자들을 극장 안으로 인도했다. 그리스연합군에 패전한 트로이의 여인들은 구슬프지만 고양된 노래를 불렀다. 연습에 뒤늦게 합류한 연출자 안드레이 세르반이 내한하자마자 뜯어고친 부분이다.
『연극이란 결국 인생과 같습니다. 즉흥적이죠. 연극 공간이 스스로 생명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극장에 함께 있어서 얻어지는 새로운 체험, 독특한 경험을 만들고자 합니다』 안드레이 세르반은 라마마(뉴욕의 실험극 산실) 출신답게 시간과 문화를 뛰어넘는 소통에 익숙했다. 70년대 「희랍극 3부작」을 통해 두각을 나타낸 그는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며 연극과 오페라 연출을 통해 여전히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것(낯설고 새로운 체험)이 없다면 연극은 죽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74년 초연된 「트로이의 여인들」은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엘리자베스 솨도스가 곡을 붙여 「소리와 언어의 실험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한국의 동랑연극앙상블 단원이 코러스를 맡고 라마마의 배우들이 연기한다. 그리스어 공연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질문은 배부른 소리다. 『어차피 그리스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고대 언어이기 때문이다』(세르반). 그는 『지난해 라마마 35주년 기념으로 재공연했을 때 관객은 보스니아내전, 또는 공산주의자들의 루마니아 침공 등을 연상했다. 모든 신화와 전설이 우리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2,000년의 시공을 뛰어넘은 그리스비극의 공연이 궁금하다면 10∼21일 드라마센터(02―752―3229)를 찾아가면 된다.<김희원 기자>김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