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하룻만에 1,200억원이 넘는 돈을 앉아서 날려 버린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안돼지만 미국 돈인 달러가격이 급등하는 요즘의 외환시장에서는 이처럼 황당한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달러값이 4원10전 오른 지난달 25일 하룻동안 빚이 1,200억원 가량 늘었다. 이들 기업의 경우 외국에 약 300억달러의 외화부채를 지고 있는데 달러값이 1원 오르면 빚을 갚기 위해 바꿔야 할 우리나라 돈이 300억원씩 늘어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같은 피해는 대기업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달러값 폭등의 영향은 자녀를 유학보낸 사람이나 사업상 해외여행이 잦은 비즈니스맨에게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지금처럼 달러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일반인들은 어떤 환테크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가 점검해 본다.
▷외화정기예금 적극 활용하라◁
해외여행이 잦거나 해외유학생 자녀에게 학비와 용돈을 송금하는 등 오랜동안 정기적으로 달러가 필요한 사람은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환율급등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외화정기예금의 경우 이자율이 연 5.1%∼5.3% 수준에 불과, 원화예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달러환전에 따른 수수료를 물지않아도 될 뿐아니라 환율이 급등하면 추가로 환차익을 남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준환율이 달러당 892원이던 8월초에 외화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한달 뒤인 지난달말 환율이 907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자.
이때 연 5.1%의 예금이율과 8월중 환율상승분(15원 상승에 따른 연 20%효과)을 합하면 수익률이 25%에 이르게 된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연 10%의 수익률에 불과한 MMDA예금보다 2배 높은 수익률이다.
▷환투기는 절대 금물◁
달러화가 급등한다고 해서 달러가 필요하지도 않은 일반인이 투기목적으로 달러를 사들일 경우에는 백발백중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최소 6개월이상을 예치해야 하는 외화정기예금의 이자율(연 5.2%)과 원화의 대표적 투자수단인 양도성정기예금(CD)의 이자율(연 13.20%)의 금리차이가 8.0%포인트이기 때문에 환율이 1년동안 이자율 차이만큼 상승하지 않으면 환투기는 손해만 볼 뿐이다.
예컨대 8월말 현재 달러당 900원인 원·달러 환율이 1년동안 72원이상 상승하지 못한다면 환투기는 손실만 낳을 뿐이다. 참고로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달러가 아무리 상승해도 970원 이상은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여행때는 신용카드 대신 여행자수표 사용하라◁
전문가들은 「해외여행시 신용카드 대신 여행자수표를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한달이 지난 뒤에 사용금액이 결제돼 한달동안 환율이 오른 만큼 결제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준환율이 달러당 892원이던 지난 7월말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이 신용카드로 1,000달러를 결제했을 경우 지난달말 달러환율이 900원까지 올랐기 때문에 8,000원을 추가부담해야 한다. 물론 달러값이 내린다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달러매입시기를 앞당겨라◁
전문가들은 달러가 필요하거나 해외로 송금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달러매입과 송금시기를 가능한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달러환율이 920원으로 상승한 2개월후에 미국에 유학중인 자녀에게 300만원을 송금한다면 달러송금액은 3,260달러이다.
그러나 환율이 900원인 이달중에 보낸다면 3,333달러를 송금할 수 있다. 송금시기를 2개월가량 앞당긴 것만으로 자녀에게 73달러를 더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해외송금도 주거래은행 이용◁
해외송금도 특정은행을 통해 집중할 경우 송금수수료는 물론이고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체재기간이 30일이하인 단기 해외여행자에게는 미화 1만달러까지만 환전을 해준다. 또 유학생 및 20세미만 체재자는 일반체제자보다 환전규모가 적어 기본경비는 3,000달러, 현지정착비는 2만달러, 체재비는 매달 3,000달러가 한도인데 특정은행에서 집중적으로 환전할 경우 송금수수료(최고 1만5,000원)를 면제해 준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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