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상업사진사들의 추격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숨진사건은 놀라운 일이다. 이혼 후에도 개인적 불행을 딛고 사회구호활동에 열심이었던 그가 대중의 분별없는 호기심과 돈이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저질 사진작가들에 쫓겨 희생된 사실은 현대사회의 추악한 단면을 드러낸 비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애처로운 죽음에 애도의 마음 금할 길 없다.다이애나는 영국왕실 뿐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을 때 동화의 실현을 보는 것 같은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왕세자 찰스는 나이가 13세나 많았고, 성격도 신중해서 사색적이고 조용한 것을 좋아했다. 반면에 결혼 당시 다이애나는 아직 생기발랄한 10대였고 화려하고 정열적인 일에 늘 마음이 끌렸다. 처음부터 원만한 부부생활을 이끌어 나가기가 어려운 상대였다.
이혼 직전 다이애나는 TV 인터뷰에서 불행했던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는 왕실규범의 중압감과 남편의 무심하고 냉담한 성격 때문에 한동안 거식증에 걸릴만큼 괴로웠으며, 다섯번이나 자살을 기도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들의 불행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성격차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없었던 젊은 시절의 철없음 탓이었다고 한탄했다.
이런 불행 속에서도 다이애나는 두 왕손을 올바르게 기르고, 영국왕실의 외교사절로서, 국제 인권운동가로서, 사회사업가로서, 국가가 부여한 의무와 개인의 가치있는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죽기 직전에도 그는 오슬로 지뢰금지회의 참석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죽음은 그의 아름다움을 다시 못 보게 된 쓸쓸함 만큼이나 많은 논란거리를 남겼다. 우선 영국정부는 스캔들에 가득 찬 왕실에 새로운 규범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왕실 존폐문제는 전부터 논의가 돼왔으며, 이번 사건으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공인의 사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도 재연될 것이다. 영국은 언론의 사생활 침해를 자율에 맡기는 반면, 사고가 난 프랑스에는 사생활보호법이라는 것이 있듯이, 그것은 획일적 잣대로 규제할 수 없는 난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유명인에 대한 너무나 염치없는 대중의 호기심은 마땅히 자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같은 대중의 파괴적 탐욕에 영합하는 스캔들 상인이 마치 정당한 언론인 것처럼 행세하는 일도 우리는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알 권리와 건강치 못한 호기심은 구별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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