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노씨 사면의 순서(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노씨 사면의 순서(사설)

입력
1997.09.02 00:00
0 0

여야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강도높게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노씨 문제란 우선 나라 체면과 직접 관련된 것이어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부끄럽고 가슴 아프게 생각해 왔고 가능하면 「두 전직대통령의 동시수감」이란 수치스런 상황은 빨리 종식돼야 한다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단죄가 국민들의 고민속에 이뤄졌던 만큼 그에 관한 사면도 깊은 성찰과 적절한 전제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사면주장은 뚜렷한 명분이나 사면의 당위성이 조성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 정치적 편의에 의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매우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여당의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사면론이 잇따라 나왔고 야당은 사면에 일정한 전제조건을 달아왔다. 그런데 이번 사면주장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지난달 말 모 시사주간지와의 회견에서 두 전직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아도 김대통령은 임기내에 사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시작됐다. 이는 지금까지 선 사과 후 사면이란 계속된 입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우리를 어리둥절케 한다.

한편 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측은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추석전에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을 김대통령에게 건의할 움직이어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법대로」를 강조해 온 이대표측은 전·노씨 사면의 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서둘러 이 문제를 제기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처럼 여야는 국민대화합과 국민적 갈등을 씻어낸다는 차원에서 「피해자가 대국적 견지에서 용서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과연 국민이해나 합의가 뒤따르고 있는가에는 아무 설명이 없다.

돌이켜보면 12·12와 5·18사건과 관련한 전·노씨 처리에 대해 이 정부는 갈팡질팡하는 자세를 보였었다.

또한 이들에 대한 대법원의 무기징역 등 확정판결이 난 직후부터 사면론을 거론하기 시작, 국민을 당혹케 했다. 이들의 수형을 놓고 「국가의 기강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당연하다」는 원칙론과 「한명도 아닌 2명의 전직대통령 수감은 국가적으로도 수치다」 「이젠 충분한 죄값을 했다」는 동정론이 엇갈려 왔다.

사면은 헌법(79조)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아무때나 단행하라는 것이 아니다. 시기와 내용은 국가발전·기강확립·국민화해라는 대명분 아래 국민의 감정과 이해,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에 일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이 언젠가는 사면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12·12와 5·18은 국기와 민주헌정을 짓밟고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킨 엄청난 사건인만큼 사면에 앞서 국민과 역사에 깊이 반성·사죄하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2,000억원 규모의 추징금 납부책임도 다했는지 따져야 한다. 그럴 경우 시기는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오직 TK지역 표와 범여권표만을 고려하는 식의 사면론은 있을 수가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