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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불안 원인과 대책/박대근 한양대 교수(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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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불안 원인과 대책/박대근 한양대 교수(전문가 진단)

입력
1997.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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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부도로 금융 대외신용도 추락/기업경쟁력 강화 등 근본대책 절실최근들어 환율이 달러당 900원을 돌파하여 사상 최고수준을 경신하는 등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신문이나 TV는 「원화 폭락」이나 「외환 위기」와 같은 무시무시한 어구를 거침없이 쏟아 놓는다. 굳이 이재에 밝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달러를 좀 사두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때마침 태국의 바트화와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가 폭락하는 등 7월초에 발생하였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불안이 재연되고 있어 우리의 불안을 더해준다.

다행히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의 급등세는 진정되고 있지만 이번 외환시장 불안은 우리나라도 결코 외환위기로부터 안전지대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사실 멕시코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을 때에도 우리는 경제여건이 이들 국가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위기의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외환위기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에 이용되는 여러 지표들이 최근 경상수지 적자를 겪으면서 악화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멕시코나 태국에 비해서는 안정권에 있다. 우리나라의 자본자유화 정도가 이 국가들에 비해 미흡한 까닭에 국제투기자금의 운신폭도 좁은 편이다. 더욱이 금년 들어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고 자본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 경제와 94년 페소화 위기 당시의 멕시코 경제 또는 최근 바트화 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 경제를 비교해 보면 거시경제상황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기 이전까지 높은 경제성장률과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을 경험했으며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유입에 의해 보전한 결과 외채가 누적되었고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의 차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우리 나라의 외환시장 불안은 잇단 대기업의 부도사태로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 신용도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의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경제여건이 좋을 때에는 앞다투어 자금을 주던 국제금융기관들이 여건이 악화하자 등을 돌린 것이다. 최근의 경험은 자본수지가 흑자이므로 외환위기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가르쳐 준다. 이미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외환위기가 예상되거나 경제전망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언제 국외로 떠날지 모른다.

일단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경제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기업들의 외채 상환부담이 높아지고 채산성이 악화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외환의 부족으로 수출품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의 수입이 어려워지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외환위기가 남의 집안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금융기관의 대외신뢰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한국은행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외환 보유고가 고갈되면 외환위기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의 외환시장 어려움이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되어야 한다. 비생산적인 정쟁이나 영역다툼으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는 금융개혁 과제들도 조속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통화불안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지역협력협정이나 기금설립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것이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부도를 내는데 누가 우리나라에 돈을 꾸어 주겠는가? 정부가 외채 지급보증을 한다고 해도 외채가 누적되면 결국 정부의 대외신용도마저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뒤지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의 추격은 맹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불량품 없는 제품의 생산보다는 임금을 더 받고 외국제품을 소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따지고 보면 네탓 내탓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경제의 어려움을 초래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이제야말로 우리 모두가 경제 위기를 인식하고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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