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진단서의 10배 “폭리”/병원 “증인출두 비용 예상 산정”/법원 “증언사례 거의없어” 반박회사원 송모(30)씨는 지난달 폭행사건에 연루돼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으러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3주진단이 나온 송씨에게 원무과 직원이 요구한 수수료가 무려 1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진단서 양식에 인적사항과 의사의 소견 몇자를 적은 것이 전부였다. 송씨는 병원측의 착오가 아닌가 싶어 원무과 직원에게 재차 확인을 요구했지만 『모르는 소리 하지말라』는 핀잔만 들었다. 송씨는 병원문을 나서면서도 진단서 한장 발급받는데 10만원이나 내야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병원에서 발급하는 상해진단서의 수수료가 턱없이 비싸다. 수수료 부과근거도 납득할 수 없다. 병원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발급해 주는 단순 사실확인서류는 무료로 서비스하거나 실비만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전국 대부분 병원은 상해진단서 발급수수료를 대한병원협회가 95년 정한 상한기준 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병원협회 기준은 상해진단서의 경우 3주진단이상은 10만원이하, 3주진단미만은 5만원이하로 대부분의 병원이 이 기준의 최고가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1만원 이하인 일반진단서 수수료에 비해 10배이상 비싼 셈이다.
병원협회는 상해진단서 발급수수료를 이같이 높게 정한 이유에 대해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의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출두할 경우 예상되는 비용을 고려한 것』이라며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일반진단서에 비해 수수료가 비싼 이유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병원협회는 또 3주진단을 기준으로 수수료가 2배나 차이나는 것은 3주진단이 수사기관의 구속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은 병원협회가 제시한 근거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서울지방법원 관계자는 『진단서에 대한 이의제기로 의사가 법원에서 증언하는 경우는 1년에 손꼽을 정도』라며 『법원 출두에 대비한 예상비용 때문에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도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3주진단을 기준으로 수수료가 2배 차이나는 것 역시 형사소송법에 대한 병원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일축한다. 진단이 3주 이상이냐 아니냐는 수사상의 참고자료일 뿐 구속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관계자는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상해진단서와 일반진단서를 구분하지 않는데도 병원에서만 구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연맹 도영숙 상담실장은 『상해진단서 발급수수료를 합리적 근거도 없이 일반진단서보다 10배나 비싸게 받는 것은 병원이 형사사건 관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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