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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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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대에 모여 살던 한민족 18만여명이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당한지 꼭 60년 되는 해다. 그러나 옛일에 대한 러시아의 사과도,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도 없다. 현지 한인들의 핏빛 절규가 외로울 뿐이다. ◆일본 스파이 혐의를 빌미로 한 집단이주는 사흘 말미를 두고 강행됐다. 재일동포 작가 이회성씨의 르포소설 「유역」에 따르면 1937년 8월 어느날 모든 한인은 사흘안에 이삿짐을 꾸려 역으로 모이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집안에 환자나 외지에 나가 연락이 안되는 가족이 있으니 며칠 말미를 달라는 개인사정조차 묵살됐다. ◆컨테이너같은 화차에 짐짝처럼 태워진 그들은 행선지도 모른채 한 달이 넘도록 실려갔다. 낮에는 찜통속 같고 밤에는 추위에 떨어야 하는 화차 안에서 앉은 채 죽어나가는 노약자가 속출했다. 그렇게 죽은 사람이 5천여명, 저항하다 총살당한 사람이 1만여명으로 헤아려질 뿐 객관적인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연해주 한인만이 핍박을 당한 것이 아니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크)같은 대도시에 유학중이던 학생들도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연행돼 지금껏 행방을 모른다. 레닌그라드 한민족 학생친목회 소속 8백여명중 10여명만 무사했다. 「유역」에는 연행학생 대다수가 살해당했다는 생생한 증언이 나온다. ◆러시아 고려인협회와 우리 민족 서로돕기운동 공동주최로 이달 9일부터 통한의 이주길을 더듬어 보는 「회상의 열차」타보기 행사가 현지에서 열린다. 이 행사가 한 러 양국의 관심을 촉발시켜 진상규명의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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