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휴지조각처럼 구겨져/연인 파예드와 파리 드라이브 도중 쫓겨/불 경찰,파파라조 7명 연행31일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메르세데스 「벤츠 600」 세단과 오토바이를 탄 파파라조들간에 벌어진 대추격전은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연인 도디 알 파예드와 리츠호텔에서 우아한 저녁시간을 보낸 다이애나는 그와 뒷좌석에 동승, 파리시내 드라이브에 나섰다 끝내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파예드와의 키스장면을 훔치는 등 찰거머리같이 따라붙는 파파라조들의 오토바이 행렬을 발견한 순간 다급함을 느낀 다이애나의 운전사가 전속 질주했으며, 결국 튼튼하기로 소문난 벤츠가 휴지조각처럼 구겨질 정도의 대형참사를 낳고 말았다.
○…토요일인 30일 파예드와 함께 파리에 도착, 그의 부친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 소유 리츠호텔에 들른 다이애나는 이 호텔에서 만찬을 즐긴 뒤 드라이브에 나섰다. 파리 시내의 교통은 토요일 하오부터 극심한 체증을 빚었으며 자정이 다가와도 차량 행렬은 그칠줄 몰랐다. 다이애나 일행이 탄 벤츠 600이 센 강변을 따라 에펠탑에서 멀지 않은 시내 중심부의 알마교를 달릴 때 리츠호텔소속 운전사는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대여섯명의 파바로조들이 오토바이에 탄 채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대는 모습이 자동차 뒷거울에 비친 것이다. 벤츠는 일단 모습을 감추려는 생각에 가장 가까운 터널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터널 중앙기둥과 벽에 잇달아 부딪쳤다.
○…프랑스 경찰은 사고직후 현장에 있던 파파라조 7명을 특별수사본부로 데려가 집중 심문을 벌였다. 연행된 파파라조 7명중 6명은 프랑스인이고 1명은 마케도니아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교통사고가 아닌 형사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랑 파비우스 국회의장은 『이번 사고로 사진이나 말, 태도 등으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음이 입증됐다』며 『파파라조들에게 많은 책임을 지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이애나가 실려간 트리에르 병원은 경찰이 이중 삼중으로 에워싼 채 「통행증」이 발급된 사람들의 출입만 허가하는 등 기자들의 접근자체를 봉쇄했다. 이후 파리의 유명 교통사고 전문의들이 총동원된 의료진은 치료에 혼신을 다했지만 꺼져가는 다이애나의 생명을 되돌리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고 깊었다. 의료진은 당초 다이애나가 뇌진탕과 팔 및 다리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했으나 수술과정에서 대동맥이 파열된 것을 알고 긴급조치에 들어갔다. 다이애나는 그러나 과도한 출혈로 수술 2시간만인 새벽 4시께 숨을 거뒀다.<파리=송태권 특파원·이종수 기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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