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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할머니의 의미/이상화 한국정신대연구회 총무(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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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할머니의 의미/이상화 한국정신대연구회 총무(특별기고)

입력
1997.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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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뿌리에 대한 명확한 단서를 거의 가지고 있지 못했던 훈할머니의 가족을 찾는 작업속에서 우리는 문제가해결 될 때까지는 거두어 들이지 않는 지속적인 관심만이 군대 위안부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재확인하였다.이 문제를 풀기 위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었고, 각계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일본이 철저하게 외면하고 왜곡시키는 군대 위안부 사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초를 마련하였다.

단순히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데 이번 훈할머니 사건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왜 가족과 고향을, 그리고 16여년을 사용했던 한국말마저 잃게 됐는지, 무엇 때문에 그 낯선 땅 캄보디아에 버려지게 되었는지, 무엇이 훈할머니의 운명을 그렇게 짓밟아 놓았는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는 결국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없이는 한 개인의 역사가 복원될 수 없다는 명백한 결론이기도 하다.

일본의 자발적인 반성으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우리는 훈할머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지금 우리는 일본에 군 위안부 관련 문서공개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기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또 한번 경험한 것이다.

가해자인 일본보다도 피해자인 우리쪽의 군대 위안부 문제해결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군 위안부 피해여성이 아직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지역에 대한 조사는 군 위안부 문제해결 노력의 기본이다. 최소한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라도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훈할머니의 가족찾기에서 보여준 우리의 노력이라면 낯선 땅에서 한 많은 생을 가슴에 묻고 가족을 그리고 있을 피해자들에게 고국 땅을 밟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이 아무리 자신의 만행을 은폐하려 해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하나하나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이 곧 군 위안부 문제 진상규명에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훈할머니의 증언이 없었던들 일본이 꼭꼭 감추어 놓고 있는 자료속에서 우리는 캄보디아에서의 한국인 위안부 피해 실태를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역사의 한편으로 모두 사라져 버리고나면 더 이상 사실을 확인하고 되짚기가 불가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증거없는 주장은 안타까운 하소연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증거화할 수 있는 사실적 자료들이 부족하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한 많은 여성의 넋두리 정도로 수용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들이미는 것이다.

그리고 찾아나서야 한다. 일본군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면서 인간으로서의 모든 존엄과 권리를 죽임당한 우리의 피해자를 우리가 찾아나서야 한다.

그래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을 되찾아 주고 한 나라 국민으로서 보호받을 최소한의 권리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

또한 그들의 자존회복을 위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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