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폭락 증시 심상치 않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폭락 증시 심상치 않다(사설)

입력
1997.08.31 00:00
0 0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상승이 1달러=900원선에서 주춤하고 있으나 언제 다시 오르게 될지 모르고 있다. 이러한 유동적 상황에서 이번에는 증시가 연 3일동안 폭락장세를 보였다.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무너진 것이다. 한때는 689.37까지 하락, 690선까지 붕괴됐었다.이번 증시의 하락이 어느 선까지 지속될지 지켜봐야겠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금융종합대책, 증시안정대책 등 금융과 자본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주가폭락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꿰뚫어봐야 한다. 정부의 부도방지유예협약 재검토발표 자체가 증시폭락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전부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보에서 기아사태에 이르기까지 재벌그룹의 연쇄부도사태와 이에 따라 대두되고 있는 금융기관도산위협 등 심각한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정부능력에 대한 불신의 팽배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금융종합대책은 지원이 미온적인데 비해 지원에 대한 대가로 요구하고 있는 자구책이 엄격한데 대해 관련금융기관들이 불만이나 심지어 수용거부의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대했던 금리인하, 기업자금난완화 등의 효과가 손쉽게 나타나게 돼있지 않다. 역시 정부가 특혜배제 등의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안정화대책도 외국인투자한도의 확대 등 고식적인 처방만을 내놓은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증시 자체에 매력을 상실하기 시작한다면 한도증대가 무슨 효력을 갖겠는가. 외국주식투자자본의 이탈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주가폭락의 주요요인의 하나로 외국자본의 이탈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증시폭락은 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 증시도 같은 상황이 된다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동남아와는 경제여건이 다르다고 주장해 왔지만 국제수지의 악화, 기업의 도산, 불황의 지속, 정부에 대한 신뢰하락 등으로 볼 때 동남아의 경제위기가 한국에서 재연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정부로서는 이제 시간이 없다. 강경식 경제부총리 겸 재경원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현 경제팀은 증폭되는 불신을 제거해야 한다. 나라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제기된 현안경제문제들이 해결됐거나 해결의 실마리가 가시화된 것이 없다.

급박한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시장경제원리만을 찾지 마라. 손쉽게 수용될 수 없는 자구책만을 요구하지 마라. 금융대책과 증시안정대책을 시급히 보완, 즉각 지원이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아사태도 소모성대결만을 할 일이 아니다. 1만7,000여 협력·납품업체의 진성어음은 즉각 할인되도록 해 연쇄도산의 파동은 막아야 한다. 정부는 하루 빨리 타결을 가시화시켜 줘야 한다. 그것이 신뢰회복의 지름길인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