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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할머니 한 풀어드려 보람”/캄서 중1 재학 통역 김유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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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할머니 한 풀어드려 보람”/캄서 중1 재학 통역 김유미양

입력
1997.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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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 배운 방학이었어요”15세 소녀가 큰 일을 해냈다.

꿈에도 그리던 조국을 찾고 혈육을 상봉하게 되기까지 훈할머니의 충실한 「입」과 「귀」가 되어준 김유미양. 김양의 도움이 없었다면 50여년의 모진 세월속에서 모국어를 깡그리 잊고 만 할머니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을 가슴속에만 묻어두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훈할머니의 가족 상봉이 이뤄진 29일 김양은 친지 방문을 위해 대구에 머물고 있던 중 소식을 듣고는 아침 첫 비행기편으로 단숨에 달려왔다.

『할머니의 부모님과 남동생은 돌아가셨지만 여동생이라도 만나실 수 있어 다행스러워요. 저도 그동안 통역한 보람이 있어 매우 기쁩니다』

김양이 훈할머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월. 본보(6월14일자)를 통해 할머니의 사연이 국내에 알려진 뒤 프놈펜으로 달려간 기자들은 한국인 통역을 구하지 못해 무척 애를 먹었다. 이때 한인회측에서 추천한 통역이 김양. 교민 가운데 김양만큼 캄보디아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열린문 선교후원회」의 선교사로 파견된 부친 김한식 목사를 따라 94년 캄보디아에 정착한 김양은 오빠 유진(17)군과 함께 대를 이어 선교활동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짜투목」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김양은 반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다.

김양은 훈할머니의 고국방문에 동행하느라 여름방학을 고스란히 이 일에 매달려야 했다. 한달 가까이 고향 찾기에 동행하고, 한국정신대연구회의 위안부 경험 증언채록을 돕느라 밤늦게까지 통역을 해야 하는 등 어린 나이에는 강행군이었지만 김양은 의젓하게 잘 견뎌주었다.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양은 오히려 『배운 것을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내게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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