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은 꿈도 못꿔/“월급은 받을는지…”/돈가뭄에 ‘최악 명절’올 추석은 중소기업 경영자와 근로자들에게 최악의 명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계속된 경기 침체로 돈가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절반가량이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축소할 예정이며 부도를 맞거나 부도위기에 몰린 업체의 근로자들은 상여금은 고사하고 임금마저 몇달째 못받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근로자들의 상여금을 마련하기위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열심히 찾아다니지만 번번히 거절당하고 오히려 사채업자들이나 제2금융권은 자금회수를 요구해와 자금보릿고개가 된 추석명절이 원망스럽기까지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29일부터 5,000여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실시중인 「자금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첫날 설문조사에 응한 20여 업체중 절반 이상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축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기아협력업체들은 150여개사가 8월분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여서 추석자금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아협력회사연합의 한 관계자는 『기아사태이후 기아협력사들의 체불임금이 2,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한 근로자는 『8월분 급여도 받지 못한데다 추석 상여금에 대한 기대마저 할 수 없어 추석귀향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같다』며 『올 추석에는 고향에 가지 않을 작정이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방문 중소기업으로 알려진 시화공단의 A사는 7월분 급여를 최근 두번에 나눠 지급했으나 이젠 하루하루 부도를 막기에도 벅찬 상태이다. 이 회사는 예년 추석에는 상여금 100%와 교통편, 2만∼3만원상당의 선물을 사원들에게 지급했으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10년째 일해오던 숙련공들이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으로 옮겨도 잡을 수 없다고 이 업체 사장은 털어놓았다.
한보 삼미 진로 기아그룹 등 부도가 났거나 부도유예상태에 있는 대기업 협력업체들도 자금을 구하러 다니던 사장이 과로로 쓰러지는가 하면 근로자들이 속속 다른 직장으로 떠나가고 있다.
구로공단의 가방제조업체인 T사는 69년 회사설립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직원 30여명에 대한 추석 상여금과 급여자금 2억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은행 대출을 받으려 했으나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공구제조업체인 K사도 상여금 지급을 위해 각 대리점에 선수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체 사장들은 설상가상으로 회사 사정에 대해 조금만 소문이 나쁘게나도 제2금융기관이나 사채업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요구, 시달리기 일쑤다. 경기도 파주의 가구업체인 M사는 『거래업체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추석상여금 1,700만원을 겨우 마련했으나 수년째 거래해 온 사채업자가 최근 대출금 상환을 거세게 요구해 난감한 지경이다』고 말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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