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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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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이 무너진지 8년만에 동서독통일 직전의 동독공산당서기장 에곤 크렌츠(60)가 지난 25일 살인혐의로 6년6개월 형을 받고 교도소 생활을 시작했다. ◆크렌츠가 16세때 공산당에 입당해 당서기장까지 올라가는 동안 동독국경수비대는 적어도 9백16명의 국경탈출자를 현장사살했다. 그는 동독의 마지막 민주화에 약간의 공헌을 했다 해도 살인명령계통상에 있었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독일법원은 판정한 것이다. ◆크렌츠는 89년 10월 동독건국기념일 때 라이프치히에서 30만군중이 『우리는 사람이다』(We are people)라는 구호를 외치며 동독초유의 대규모시위를 벌였을 때 호네커 서기장을 설득해 군중에 대한 경찰발포를 막았던 인물로 알려져 왔다. 그는 라이프치히데모사태후 호네커에 이어 최연소(52세) 당서기장 겸 국가평의회의장직에 올랐다. 크렌츠는 동독공산주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민주화한다는 폴란드식 개혁을 표방했다. ◆고비만 잘 넘기면 체제안정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11월19일의 「돌발사고」로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다. 정치국원 겸 베를린당서기 귄터 샤보브스키가 『해외여행 규제가 완화될지 모른다』고 한 말이 방송에 잘못 나가 결과적으로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던 것이다. 동서독 통일후 크렌츠는 부동산업자로 일하면서 평범한 자유시민으로 살아 왔는데 결국 그의 옛 지위 때문에 살인죄로 6년6개월 형을 받게 된 것이다. ◆권력자는 업적도 남길 수 있고 과오도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인명을 해치는 일에 연관되면 언제든지 벌을 받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독일재판부는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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