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연씨 “한국인 의심 주장때 가장 힘들어”/이광준씨고국방문 할머니 한달간 보살펴훈할머니의 감격스런 가족 상봉 드라마를 연출하는 데에는 캄보디아 거주 한국인 기업가 황기연(43)씨와 인천에 사는 그의 친구 이광준(41)씨의 역할이 컸다.
황씨가 훈할머니의 사연을 처음 발굴하고 백방으로 알려 고국방문의 길을 열었다면, 이씨는 20여일에 걸친 할머니의 고향 후보지 전국 순례에서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했다.
황씨는 30일 할머니의 혈육상봉 소식에 감격해하며 울먹였다.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나와 어쩔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족을 찾은 것 같습니다』 할머니에게 혈육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한뒤 1년여동안 노력한 끝에 이뤄낸 결실이기에 감격은 더욱 컸다.
황씨는 지난해 7월28일 약재를 구하기 위해 들른 캄퐁참주 스쿤시에서 우연히 할머니의 외손녀를 만나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됐다. 프놈펜으로 돌아와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머니의 고국방문 길을 모색하는 한편 틈만 나면 헌 옷과 쌀 등을 트렁크에 싣고 형편이 어려운 할머니를 방문했다.
황씨는 할머니의 사연이 본보를 통해 특종 보도된 6월14일부터는 사업도 제쳐놓고 할머니를 프놈펜의 자기 집으로 모셔 본격적인 가족찾기에 들어갔다. 부산에서 할머니의 혈육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유전자 감식결과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나 7월초 캄보디아 내전이 발발했을 때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특히 「훈할머니가 한국인이 아닐지 모른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볼때 가장 힘들었다.
황씨는 사업문제로 귀국이 어렵게 되자 이씨에게 할머니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할머니의 감격스런 가족 상봉이 이뤄진 29일 인천 길병원. 쉴새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박수소리가 쩌렁쩌렁한 가운데 병실 한구석에서는 한 사람이 말없이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한달 가까운 고국방문 기간 내내 할머니를 보살펴온 이씨였다.
지난 한달새 몸무게가 5㎏이나 빠졌다는 그는 『한달 가까이 되도록 할머니의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한편으론 몹시 초조했지만 꼭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며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의 혈육찾기가 실패로 끝났다면 이들은 두고 두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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